의뢰인 대신 구글·애플 등 본사에 문의 후 환불 요청
개인정보지침 고지·환불 기준 최신화된 곳 선택해야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전액 환불, 신뢰도 100% 보장"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환불대행업체'들도 급증하고 있다. 일부 사업자들은 과장 광고·미등록사업자 등 문제점도 안고 있어, 업체 선택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에 환불대행업체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업체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몇몇 사업자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을 통해 업체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환불대행은 이용자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결제한 게임머니나 유료 애플리케이션(앱)의 환불을 원할 경우, 대신 절차를 진행해주는 서비스다. 환불대행업체는 이 과정에서 대행 업무로 약 10~30%의 수수료를 받는다.
환불대행사업자는 모바일 게임의 환불 절차가 복잡한 것을 이용해 생겨났다. 모바일 게임 내 재화나 앱 등은 디지털콘텐츠로 분류돼 전자상거래법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현행법만으론 그 범위와 기준이 모호해 적용하기 까다롭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 환불 기준은 크게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의 앱스토어의 마켓 플랫폼 운영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게임 사업자·국가마다 적용 기준이 달라 이용자가 환불대행업체에 의존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환불대행업체들은 과장 광고나 불법적인 영업활동으로 소비자를 유치하고 있어, 피해가 예상된다.
환불대행업체는 광고 배너를 활용한 영업이나 게임 커뮤니티에 직접 침투해 게시글을 남기는 형식으로 고객을 끌어들인다. '미국 본사 직접 운영', '100% 전액 환불 보장' 등 자극적인 문구로 현혹하고 있다.
남현식 변호사는 "환불의 절차·과정·가능성·액수 등에 관하여 이용자에게 잘못된 정보, 기만적인 정보를 제공해 수수료를 취득하는 경우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이어 "표시광고법상 거짓·과장 또는 기만적인 광고를 하면 공정위에 의해 시정 조치(해당 위반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정정광고 등)나 과징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국내 대형 게임사(넥슨, 넷마블, 엔씨 등)의 게임에 대한 환불 문의를 일절 받고 있지 않다. 이용자가 해당 게임사에게 직접 요청할 때만 환불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불대행업체들은 대형 게임사들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버젓이 광고를 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업체는 결제를 통해 얻은 재화나 아이템을 사용해도 환불이 가능하다고 영업한다. 이 경우 업체는 게임사의 약관을 무시하고 구글 본사에 직접 문의해 환불을 받아내기도 하는데 이는 명백히 불법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자는 홈페이지를 내리고 사업자명을 변경하고 도피하는 사례도 있다. 이때 피해는 환불을 요청한 이용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용자의 계정 정지를 시작으로 게임사로부터 '업무방해죄'로 고소·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 업체는 대행 업무 특성상 구글·애플 메일 주소나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개인정보 수집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업자는 목적과 기간을 명확히 명시해야 하며, 사용자에게 이를 고지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들은 이 과정을 생략한다. 주로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서비스 상담을 진행하며 대다수는 개인정보 수집 목적·기간 등 지침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수집한 정보를 개인정보 유출 등 범죄로 악용할 소지도 있어, 이용자에게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남 변호사는 "환불 처리와 관련해 일부 개인정보를 요구해 습득·이용하는 것이 개인정보 지침 등 계약에 따른 사항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정보주체(사업자)가 소비자를 기망하거나(계약사항 이외에 활용 여부) 제대로 고지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환불대행업체를 선택할 때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우선 이용자에게 '후불제'가 아닌 선 수수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업체는 피해야 한다.
자주 사용하는 수법으로 1차 환불 건을 성사시켜 고객을 안심하게 만든 후 2차로 선 수수료를 입금해달라는 식이다. 2차 수수료가 입금되면 종적을 감추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또 홈페이지 내에 게재된 환불 방법이나 기준이 최신화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환불대행업체의 업무는 주로 마켓 플랫폼 운영 정책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최근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가 변동됐는데 이를 제대로 고지하고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양 사의 마켓 플랫폼은 환불 가능한 최소 조건으로 앱 구매 혹은 결제 후 48시간을 적용 기준으로 두고 있다. 최장 기준은 구글의 경우 기존 120일에서 65일 이내로 단축됐고, 애플은 60일 전후다. 또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그간 운영해왔던 '1회 무조건 환불제도'는 폐지됐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공지로 언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외에도 업체가 내건 게임 운영상의 '잦은 버그·렉 유발·과금 유도' 등의 환불 사유에 대해선 보다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 운영과 관련한 보상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주체와 기준이 모호해 주관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부분의 게임사의 이용약관은 낮은 서비스의 질이나 부실한 운영 등을 근거로 한 보상 규정이 없어 이에 대한 환불을 요구하기 어렵다"며 "이용자는 직접적인 피해 발생에 대한 입증이 가능하다면 해당 게임사에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