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호텔롯데 등 "임대료 산정 방식 바꿔달라" 요청
인천공항공사 "항공 운항 감소로 올해 이미 적자 예견"
[데일리e뉴스= 김태희 기자] 면세업계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공항 터미널 임대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면세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하면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몇 개월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면세업계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면세점을 철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에스엠면세점은 김태훈 대표이사 이름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인천공항 입·출국 여객 수와 현 지원정책으로는 경영악화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을 올해 8월 31일 철수한다"고 밝혔다.
면세업계는 에스엠면세점의 철수를 '신호탄'으로 볼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스엠면세점과 같이 2015년 면세점을 오픈하고 오는 8월 31일 사업권 만료를 앞둔 면세점이 7개나 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호텔신라다. 호텔신라는 ▲DF2(향수·화장품) ▲DF4(주류·담배·포장식품) ▲DF6(패션·잡화) 총 3개의 사업권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호텔롯데면세점은 DF3(주류·담배·포장식품) 사업권을 쥐고 있다. 중소·중견면세점 중에는 에스엠면세점(DF8), 시티플러스(DF9), 엔타스듀티프리(DF11) 등이 있다. 이 중 에스엠면세점이 가장 먼저 철수를 발표한 것이다.
면세점 사업자와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문제는 지난 2월부터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3월 기간이 만료되는 사업권들의 입찰을 시도했지만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이 운영하던 DF7(패션·잡화)를 제외하고 7개가 모두 유찰됐다. DF7 사업권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낙찰 받았다.
원래대로라면 7개 사업권을 두고 재입찰을 진행해야 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기존 사업자들에게 면세점 운영 연기를 요청했다. 코로나19 사태에 기존 대기업 면세점들도 백기를 던지는 와중에 무리해서 사업에 뛰어들 새로운 사업자가 있을지 미궁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면세점 사업자들은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산정방식을 고정에서 매출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인천공항은 하루 평균 20만 명이 이용했었지만 현재 1000명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면세점을 운영할수록 인건비만으로도 적자를 보는데 높은 임대료를 감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DF1과 DF5 구역을 운영하는 신세계면세점도 인천공항에 연간 임대료 4320억원을 내야 한다. 정부가 3~8월 임대료를 50% 감면해줬지만 정작 다음 달부터는 기존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3년 7월31일까지 운영기간이 남아있는 신세계면세점도 중도 포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사업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매출 연동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7개 사업권의 기간만료를 앞두고 롯데와 신라 등 사업자들이 '철수' 카드를 꺼낸 만큼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오는 9월부터 인천공항 면세 구역 대부분은 공실로 남아 셔터를 내린 면세점들만 자리 잡게 된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 급감과 상업시설 임대료 인하 등으로 올해 1조6984억원을 대출받았다"며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적자(3200억 원)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대한 할 수 있는만큼 협상을 하고 있지만 추가 임대료 인하는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