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개인의 삶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직장생활이 전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zaidleppelin)이 올린 영상을 시작으로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 이 유행처럼 퍼졌다.
조용한 퇴직은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받는 만큼 일 하며 최선을 다해 그 이상의 일을 해낸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가 개인 생활보다 중요한 삶의 전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조용한 퇴직의 유행을 시작시킨 자이들 플린은 자신의 영상에서 "직장에서의 강박에서 벗어나 주어진 일 외에는 하지 않는 조용한 퇴직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Work is not your life)"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직장에서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직장생활에서 워라밸을 추구하는 직장생활이 이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지난 연말 구직 플랫폼 사람인의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70%에 달하는 응답자가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라고 응답했다. 이중 MZ세대의 비율이 20대 78.5%, 30대 77.1%로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지난 2020년에는 가장 입사하기 싫은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됐다. ▲야근, 주말출근 등 초과근무 많은 기업(31.5%)이 1위를 차지했다. ▲업무량 대비 연봉이 낮은 기업(23.5%) ▲군대식 문화 등 소통이 어려운 기업(13.1%) ▲연차 등 휴가사용을 자유롭지 못한 기업(9.9%)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지난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03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MZ세대가 생각하는 괜찮은 일자리 인식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의 흐름을 보인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5%가 '읾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일자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일자리(43.3%)',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일자리(32.8%)’, ‘수평적인 회사 분위기(25.9%)’ 등이 뒤를 이었다.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연봉 수준은 3000만원대(50.9%)였다. 4000만원대(27.6%)와 5000만원 이상(12.2%)이라는 응답이 뒤를 따랐다. 3000만원이하라고 답한 응답자는 9.3%로 가장 적었다. 또한 절반 이상이 수도권을 선호했다.
MZ세대의 성향대로 선호 일자리에 대해 이와 같은 답변이 나타났다고 평가받는다. 과거처럼 딱딱한 직장 분위기에서 개인의 삶은 미뤄둔 채 일에 몰두하는 삶보다는 유연함을 선호하고 워라밸과 실리를 중시하는 것이다.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는 MZ세대가 매우 선호하는 직장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MZ세대의 공정과 새로운 조직문화’ 세션에서 쿠팡과 토스의 인사관리 전문가들은 지위를 배제한 의사결정과, 성과에 기반한 보상을 핵심요소로 꼽았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토니 박 리더는 “토스 기업문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공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은 보상 뿐 아니라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의사결정, 직급과 무관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 등 모든 부문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적인 톱다운 방식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최악의 조직구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쿠팡 김민석 상무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톱다운 방식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역량과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회의를 이끌고 의사결정도 내릴 수 있다”며 “쿠팡 내에서 장려되는 근무 태도”라고 설명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