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박삼구, 30년 줬는데 3년 더 달라니 어떤 의미인가" 비판
[데일리e뉴스= 천태운 기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금호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안에 대해 퇴짜를 놨다. 사재출연,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채권단이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이 채권단에 5000억원을 빌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막고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3년이라는 시간을 벌어보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자금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채권단에 금호고속 지분 200억원 전량을 담보로 걸고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실상 채권단이 거부의 뜻을 밝힌 것이다.
금호그룹은 다음달 6일 재무약정(MOU) 마감까지 강도 높은 자구책을 제시해 채권단을 설득시켜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미 30년 시간을 줬는데 3년을 더 달라는 의미가 어떤 의미냐며 오너 일가의 퇴진 압박에 나섰다. 이에 벼랑 끝에 내몰린 박삼구 전 회장이 채권단에 어떤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채권단 회의를 거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자구계획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11일 밝혔다.
그러면서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호아시아나가 전날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의 핵심은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맡길 테니, 채권단이 5000억원을 더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지분은 당장 박 전 회장의 부인 이경열씨(3.1%)와 딸 박세진씨(1.7%)의 지분을 합친 4.8%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고속 지분은 박 전 회장이 31.1%,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21.0%를 갖고 있지만, 이들의 지분 중 42.7%는 이미 산업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 담보가 해제되면 다시 담보로 잡히겠다고 밝혔다. 2023년 만기인 금호타이어 장기차입 대가로 담보가 설정됐는데, 이를 풀어주면 다시 설정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을 팔고, 박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을 테니, 5000억원을 추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통해 유동성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구계획이 3년 내 지켜지지 않으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도 이의를 달지 않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을 하루 만에 거절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전 회장 측의 '꼼수'가 너무 노골적이라는 불만이 채권단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때도 상표권 문제로 시간을 질질 끌고, 매각을 백지화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게 채권단의 평가다.
채권단은 박 전 회장 측이 회계법인의 '한정' 의견 사태나 대규모 추가손실이 추가로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경영권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고속 담보 돌려막기로 실제 가치가 200억원에도 못 미치는 부인과 딸 지분만 맡기고 5000억원을 빌려달라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1년 단위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연장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3년을 요구한 것은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결국 '호남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치권을 압박, 박 전 회장 자신이나 그의 일가가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속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한정의견 사태로 금호그룹에서 경영에 손을 뗐다. 하지만 여전히 금호고속 대주주로서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채권단에 만족할 만한 자구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또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박 전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하겠다는데, 그 두 분이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이는 최 위원장이 대주주가 확실한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박 전 회장에게 던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