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펀드 창구 분리한다··· 내달 DLF 대책 단계적 시행

금융당국, 법 개정 전 행정지도··· '쪼개기' 판매 사전 차단 우리·하나은행 도입 금투상품 리콜제·숙려제도 확산 유도

2019-11-17     천태운 기자
해외금리

[데일리e뉴스= 천태운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예·적금과 펀드 창구를 따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책들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약 2주간 업계의 의견을 들은 뒤 법 개정 사안이 아닌 보완 조치들은 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당국은 자본시장법, 은행법, 보험업법 등 각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기에 앞서 먼저 행정지도로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한다.

우선 공모 규제 회피를 위한 '쪼개기' 판매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동일 증권의 판단 기준을 강화한다.

또 새로 도입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파생상품+원금손실 가능성 20% 이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증권신고서의 일괄 신고를 금지하는 등 기준도 강화한다.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인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펀드에 대해서도 적용 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해석해서 감독 방향을 업계와 공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에 이어 내달 중 전체 은행의 준법감시인을 대상으로 재차 워크숍을 열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하도록 지도한다.

더불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도입한 금융투자상품 리콜제(철회권)나 숙려제도는 다른 은행으로 확산을 유도한다.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는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도록 하고, 프라이빗 뱅커(PB) 전문성을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고난도 상품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금보장형이 아닌 상품에 대해서는 판매 지점(직원)과 고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은행 자체 지침을 마련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최대 손실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아예 판매 창구를 따로 구분해두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조치들이 법 개정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지만, 은행권에서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월 26일 DLF 손실률 -98.1% vs 8일 기준 2.5% 원금 회복

이런 가운데 DLF 상품 만기일에 따라 투자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9월 26일 만기가 돌아온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투자자는 손실률이 98.1%에 달해 원금 대부분을 잃었다.

반면 똑같은 상품에 투자한 어떤 사람은 만기일인 지난 12일 손실 구간까지 떨어졌다가 주요 해외 금리 반등에 힘입어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소폭 수익을 냈다.

그만큼 DLF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에 따르면 DLF 사태가 불거진 지난 8월 초부터 이달 8일까지 손실이 확정된(만기상환+중도환매) 독일 국채금리와 미국·영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F 상품 2080억원어치의 평균 손실률은 52.7%다.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의 평균 손실률은 62.5%로, 미·영 CMS 금리 연계상품의 손실률 45.9%보다 높았다.

지난 8일 독일 국채금리와 미·영 CMS 금리를 기준으로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관련 상품의 평균 손실률을 산출해보면(금리 유지시 가정) 13.3%다. 앞서 손실이 확정된 상품(-52.7%)과 비교하면 손실률이 ¼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독일 국채금리 연동 상품의 8일 기준 손실률은 2.5%로 원금을 거의 회복했다. 앞서 손실이 확정된 독일 국채금리 상품의 평균 손실률인 62.5%와 상당한 격차다.

8일 기준 미·영 CMS 금리 상품의 손실률은 14.1%로 손실 확정 상품의 손실률인 45.9%와 비교하면 ⅓ 수준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LF는 갬블(도박) 같은 것이다. 금융회사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번 DLF 사태는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가 투자자 보호에 소홀한 데서 비롯됐다. 확인된 위규 사항은 엄중히 조치하고, 신속한 분쟁 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