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안은 '제주항공'··· 항공업계 대대적 재편 예고?

100개 노선 확보로 '빅3'로 우뚝··· 국내선 1위 올라 에어부산 인수 가능성 '낮아'··· LCC 재편? "글쎄"

2019-12-19     최형호 기자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항공업계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적인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제주항공까지 가세하게 되는 '빅3'구조가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것을 두고 전반적으로 '긍정적 신호'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인수로 저비용항공(LCC)업계의 대대적인 패러다임이 예고됐다. LCC업계도 인수 합병 등에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현재 항공업계는 미‧중 갈등, 반일감정, 보잉사 사태 등 여러 대내외적인 변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8개 항공사들은 올해 3분기 기준 실적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등 2개 LCC가 신규 취항을 시작해 이미 과포화 된 시장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항공업계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인해 어떤 변화를 불러모을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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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100개 노선 확보··· 제주항공, 'FSC' 진입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80여개 노선을 확보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이스타항공의 구주 및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취득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스타홀딩스 외 2인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51.17%)를 약 695억원(주당 1만3981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신주 인수 규모 및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항공업계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잘 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항공업계는 보잉사 사태로 보잉 737 맥스(Max)와 A321NEO 도입 지연 등 기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기재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중국노선 운수권 확보에 따른 중국노선 점유율 확대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인천공항 슬롯(Slot) 활용 가능 ▲기단 확대에 따른 규모 경제 실현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제주항공은 노선이 확대돼  명실상부한 대형항공사(FSC) 진입이 용이해졌다. 제주항공의 국제선 66개 노선과 이스타항공의 34개 노선 중 중복노선은 18개뿐이다. 결과적으로 총 82개 노선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천발 국제선 중 제주항공은 총 37개 노선을, 이스타항공은 23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으면 국제선 점유율은 20%에 육박하게 된다.

국토교통부 기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올해 3분기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19.5%다. 대한항공(33.4%)과 아시아나항공(23%)를 바짝 뒤쫓게 된다. 그만큼 대형사로의 입지를 공공히 할 수 있다. 국내선은 1위로 올라선다. 국내선 여객 점유율은 제주항공 15.1%과 이스타항공 9.7%로 합산하면 24.8%로 대한항공 23.6%, 아시아나항공 19.1%를 웃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 연구원은 "인천발 국제선 노선의 중복 취항 수를 줄이면 운항 효율성 증대와 부족한 인천공항 의 슬롯(Slot)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라고 평가했다.

중국노선 운수권을 확보한 점도 '노선 효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이스타항공은 총 6개의 중국노선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상하이 ▲제주-상하이 ▲인천-정저우 ▲청주-장가계 ▲부산옌지 ▲청주-하얼빈 노선 등이다.

일본 노선의 회복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중국에 취항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긴 점은 기재운영의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항공은

에어부산 인수 가능성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이어 에어부산도 인수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지만 공정거래법에 따라 에어부산은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지배구조가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순으로 재편된다. 즉 아시아나항공은 HDC의 손자회사가 되는데,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손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증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처분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의 지분 100%를 보유했지만 에어부산의 지분은 44% 그쳐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까지 인수하려면 나머지 지분 56%를 함께 사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어부산을 다시 매각해야 한다. 현산 입장에선 에어부산 인수를 위해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는 에어부산의 새 주인은 제주항공이지 않겠느냐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에어부산은 국내 7개 노선, 국제 31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부산 및 대구발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행 23개 노선을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운항하고 있는 것. 만약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을 안으면 국제선 노선은 더욱 확대돼 '빅3'체제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

에어부산을 인수할 실탄도 두둑하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 3200억원을 보유 중이다. 이스타항공(695억원)뿐만 아니라 에어부산을 안고 가기에 자금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이스타항공 인수로 제주항공의 몸집은 충분히 커졌다. 여기에 이스타항공 인수 후 항공 산업과 연계된 다양한 사업도 펼쳐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제주항공은 이 부분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같은 B737-800기를 주력 기종으로 하고 있는 측면에서는 최근 분리매각 기대감이 일고 있는 에어부산보다 더 나은 매물이라고 판단한다"며 "향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연계한 조업, 호텔 사업 등 양사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도 "에어부산 인수 계획은 없다"며 "최대한 빨리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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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CC업계 재편 본격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로 LCC업계의 재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LCC업계는 과포화 상태다. 올해 플라이강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3곳의 신규 LCC들이 들어서면 총 9개의 국내 LCC가 경쟁하게 된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고 시장이 큰 중국과 일본의 LCC가 각각 6개, 8개인 점을 고려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시장 재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9개 사가 난립할 것으로 전망되던 국내 저비용항공 시장에 통폐합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 재편 관점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 시장 재편은 경쟁사와의 차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선두 업체가 가격 경쟁을 주도해야 가능하다"며 "아직까지 제주항공은 선두업체 위치에 있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실적 악화에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안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대는 대안일 수 있으나 LCC업계에 영향을 줄만큼 파급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