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맞은 '100년 기업' 두산··· 위기 탈출 해법은?
두산중공업 타격에 그룹 전체가 흔들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인 두산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원전 사업을 폐기하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중공업의 2019년 연결 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0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4217억원에서 개선되기는 했지만 6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044억원을 비롯해 ▲2018년 4217억원 ▲2017년 1097억원 ▲2016년 2155억원 ▲2015년 1조7509억원 ▲2014년 855억원 등 총 2조68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각각 5000억원씩을 두산중공업에 지원해 두산중공업의 경색된 유동성에 긴급수혈을 하기로 했고, 두산중공업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각오다.
◆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두산솔루스? 어느 걸 팔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4조9000억원가량이다. 그중 1조2000억원 정도가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이렇다 보니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두산인프라코어다. 중장비를 제조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8조1853억원, 영업이익 840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3957억원이다.
2015년 9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 매물로 나올 경우 군침을 흘릴 곳이 많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발행 주식의 36.27%(7550만9366주)를 보유하고 있다. 9일 종가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보통주 1주는 가격은 4310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을 매각할 경우 3254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두산밥캣도 매각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두산밥캣은 로더, 굴착기 등의 중소형 건설정비와 발전기, 기스(Geith)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두산밥캣도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미화 4억923만 달러(한화 4988억원, 9일 환율 기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8년 4억1720만 달러, 2017년 3억4887만 달러를 올리며 두산그룹의 효자 노릇을 했다.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는 두산인프라코어로 두산밥캣의 지분 51.05%(5117만6250주)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1조798억원을 확보할 수 있어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두산솔루스의 매각도 점쳐진다.
두산솔루스 동박과 함께 전기자동차 2차 전지 핵심 소재인 전지박을 생산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및 바이오 소재 분야에 진출해 있다.
미래사업으로 꼽히는 사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매물로 나올 경우 수요자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솔루스의 지난해 실적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670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이다. 그렇지만 분할 전인 1~3분기까지의 실적을 포함할 경우 매출 2633억원, 영업이익 38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16%, 4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현재 ㈜두산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전 61.46%다. 이 중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일반주를 모두 매각할 경우 4912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 두산건설이 몰고 온 쓰나미··· 매각도 가시밭길
두산그룹이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은 두산중공업의 부진이 컸다. 정부가 원전 건설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원전 사업 비중이 높았던 두산중공업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 두산건설을 계속해서 지원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며 타격이 두 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두산이 밥캣을 인수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두산은 2012~2013년 두산건설의 주택사업 부진으로 또다시 휘청했다. 이때 그룹 차원의 지원을 하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 두산중공업이었다. 이후로 두산건설이 유동성 경색에 빠질 때마다 두산중공업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했다.
결국 이번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두산건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두산건설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당장의 유동성을 해결해도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건설을 통으로 매각하거나 핵심 사업을 분리해서 팔아야 하는데 현재 건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 시장 자체도 좋지 않다"며 "두산건설이 통으로 매물로 나오든 핵심 사업 부문이 따로 나오든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