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것도 너무 힘들다"··· 깊어지는 항공업계 전멸 위기
대형항공사·LCC 모두 아끼고 줄이며 개점휴업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처참한 1분기 실적을 받아든 항공업계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여전히 ‘시계 제로’ 상태다. 하루빨리 항공기 운항을 재개해야 하지만 전 세계가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매일 살얼음을 걷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확실한 돌파구가 없어 자칫 ‘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대형항공사, 영업손실 전환··· 하늘길 열리기만 기다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4273억원, 영업손실 9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전년 3조1305억원 대비 22.5%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308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조3523억원이었으며, 영업손실은 566억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가 예상했던 영업손실 규모보다 적었다. 이에 조원태 한진 회장은 지난 18일 임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기대를 웃도는 실적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조 회장은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이런 실적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연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이 있다”고 공을 돌렸다.
대한한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선 여객 운송이 전년 동기 대비 29.4%에 머무르며 타격을 입었지만, 기존 여객기를 이용해 화물을 운반해 실적 추락을 막았다.
다행히 유상증자와 정부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는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경제활동을 재개한 미국과 국경 봉쇄를 완화하고 있는 유럽의 하늘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될 경우 다시금 국경이 꽁꽁 묶일 가능성도 있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최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2937억원, 영업손실 2920억원을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도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인수되기도 전에 끝날 수도 있다는 업계의 관측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망 해도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산업의 최대 침체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인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 인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우군이었던 범현대가(家)도 현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기간산업안정자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LCC업계, 기간산업안정자금도 못 받아 '벼랑 끝'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대형항공사보다 더 심각하다.
국내선과 중국·일본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취항했지만 코로나19로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그나마 국내선을 운영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가격이 싼 특가판매만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최대주주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지난 1분기에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새로운 환경에서 한 발 더 도약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당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제선 및 국내선 비운항 기간을 당초 5월 말에서 6월 25일까지로 연장했다. 이스타항공은 정리해고를 통해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해놓고도 임금과 퇴직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항공운송 직원의 1인평균급여액은 900만원이었으며, 여성 항공운송 직원의 1인평균급여액은 400만원이었다.
지난해 1인평균급여액인 6700만원과 3400만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인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LCC업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인수 시기는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 21일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만큼 제주항공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전 임원이 임금 30% 이상 반납을 결의했고, 전 직원이 순환 휴직을 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합병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부가 지원하는 기간산업안정자금마저 대형항공사만 해당해, LCC업계로서는 버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 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항공업계는 하루라도 빨리 운항이 재개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우리가 항공기를 띄우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지금은 미래를 도모하기보다는 최대한 버티며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그런데 버티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