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미래차 전략 과감한 행보 '주목'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 위한 협력 다각화·사업 적극 펼쳐 현대차, LG와 배터리 합작사 전망에 "가능성 열려있어" "차량 공유 서비스 국가별 공유차 시장 중심으로 진행"
[데일리e뉴스= 이승윤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래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수소차, 전기차 등의 기술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래에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수소 경제 시장에서 한 축을 차지할 수소차에 힘을 싣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지난 2018년 11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개최된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한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 에너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청정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수소위원회 최고경영자(CEO) 총회에 공동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정 수석 부회장은 "미래 수소 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수소산업 분야별·단계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속해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기술 혁신 방향 중 하나로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에 진행된 신년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전기차는 차량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너가 직접 나서며 수소차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현대차그룹은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수소 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 전기차 생산량을 50만 대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완성차 업체·선박·철도·지게차 등 운송 분야, 전력 생산·저장 등 발전 분야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해 2030년에는 연간 약 20만 기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국내외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국내 수소차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와 협업해 진행하는 사업이 많다. 지난해 1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 보급·수소충전소 확충 사업을 진행하는 정부 방향에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군 내 수소전기차 도입 및 수소충전소 구축, 5톤 수소청소트럭과 수소 택시 시범사업 추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전라북도, 경기도, 서울특별시 등 다양한 지역에 수소충전소도 개소했다. 이외에도 지난 1월에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글로벌 브랜드 홍보 대사로 선정, 수소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차와 함께 전기차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 누적 27만여 대 판매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355대), 폴크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신년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전동화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핵심 전동화 부품의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전기차 56만 대를 판매해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오는 2025년 6.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성능·고효율 자동차 배터리 선점과 안정적인 수급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최근 정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대표를 만나는 것에 대해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이 부회장과 삼성 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지난 22일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구 대표와 만나 미래 배터리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특히 현대차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와의 만남에 대해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사가 설립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대차는 이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데일리e뉴스와의 통화에서 "현대·기아차는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차·전기차와 함께 자동차 공유 서비스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개최된 칼라일그룹 콘퍼런스에 참석한 정 수석부회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공유를 희망하고 있다"며 "비즈니스를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현대차는 자동차 공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말 미국에서 설립한 모빌리티 서비스 법인 모션랩(MoceanLab)을 통해 올해 로스앤젤레스시 자동차 공유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선보인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모빌리티'로 러시아 주요 지역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차종 규모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그랩(Grab), 올라(Ola) 등 전략적으로 투자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과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올라와 협업으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행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자동차 공유 기업 그랩에 전기차 공급을 늘려 전기차 기반의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국내보다는 해외에 초점을 맞춰 차량 공유 서비스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해외를 구분 짓는 것보다는 국가별 공유차 시장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