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포커스] 정의선 회장, 취임 초기부터 '엔진' 때문에 곤욕
세타2엔진 결함으로 3조3600억원 충당금 적립 더 뉴 그랜저 '누유'·코나 EV '화재'로 또 도마 위 정치권·시민사회,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 촉구 제대로 된 해결책 못 내놓으면 정 회장 리더십 '흔들’'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수장에 오르자마자 '엔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리콜로 인한 금전적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3조3600억원의 충당금을 쌓겠다고 밝혀다. 이는 바로 세타2엔진 평생보증에 따른 추가 비용이다.
세타엔진은 현대·기아차의 야심작이다.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엔진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소형차용 엔진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자사가 개발한 것이 아닌 일본의 미쓰비시에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던 엔진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중대형 차량용 엔진 개발에 필요성을 절감한 현대·기아차가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이 세타2엔진이다. 이때부터 현대차·기아차의 실적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세타2엔진 개발 이후 이 엔진을 신형 모델에 적용하며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타2엔진에 대한 결함 소문은 출시 초기부터 있었다. 차량 수리를 맡은 일부 정비소에서부터 '엔진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엔진으로 배출가스가 유입되는 것 같다', '엔진 사양과 출력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가 퍼져나갔지만 이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부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렇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교통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결합을 알면서도 국산 차량의 대표 격인 현대·기아차를 강하게 관리·감독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추측까지 난무했다.
결국 지난 2017년 6월 현대·기아차는 캐니스터 결함, 허브너트 결함, 주차브레이크 스위치 결함, R엔진 연료호스 결합, 브레이크 진공호수 결함 등 5건의 차량결함에 대해 순차적으로 리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5종의 대상차량에 그 수만도 23만8321대에 달했다.
리콜 발표 후 3년이 지나 세타2엔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부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더 뉴 그랜저의 엔진 오일 누유 문제와 코나 EV 차량 화재로 인해 현대·기아차는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 회장이 충당금을 쌓는 것도 품질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품질에 대한 보증이 없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는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주지 못할 경우 미래차 시장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라도 리콜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분출된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리콜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늘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증인 채택이 무산돼 아쉽다"며 조성욱 공정위원장에게 현대차의 더 뉴 그랜저와 코나 리콜 조치에 대한 공정위의 역할을 강력히 주문했다.
박 의원은 "현대차 사장이 더 뉴 그랜저와 코나에 대한 수리와 리콜을 약속하고 갔는데 제대로 진행이 안 된다"며 "분명한 것은 5월 29일 이전 생산된 엔진 제조품질에 분명한 하자가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현대차는 세타2엔진 리콜 때도 국토부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면피성 자발적 리콜이나 무상 수리를 반복하며 손해를 최소화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먹구구식 조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고 질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자동차 리콜제 개선을 촉구하며 현대차를 겨냥했다.
경실련은 "국토부는 코나 EV 화재 사건에 대해 국토부는 1년 동안 아무 조치 없이 방치했다"면서 “(국토부가) 자동차 제조사를 위한 행정조치를 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자동차관리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현대·기아차의 철저한 이행과 관계 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요구하고 있어 현대자동차그룹 수장에 오른 정의선 회장의 결정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