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포커스] 지난해 SUV 판매량 제각각

기아차·르노삼성·한국지엠 '늘고' 현대차·쌍용차 '줄고'

2021-01-08     최경민 기자
(맨

[데일리e뉴스= 최경민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실내생활이 일상이 됐고 반면 야외활동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수년간 지속 성장해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도 위축됐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 신차 출시, 기존 차량의 페이스리프트 등을 통해 통해 고객 붙잡기에 나섰고 저마다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78만7854대로 전년 74만1842대보다 4만6012대 늘었다.

이 가운데 RV 모델 판매량은 21만3927대로 전체 판매량의 27.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74만1842대 판매량 가운데 32.2%(23만8965대)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량과 비중 모두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 불황 속에서도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SUV 모델의 판매량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한 야외활동 자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지난해 6만4791대의 판매량으로 전년보다 1만2492대 많이 팔렸고 넥쏘가 전년과 비교해 1592대, 베뉴가 858대 더 판매되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 스테디셀링카인 코나, 투싼 싼타페 모두 2019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55만2400대를 판매해 전년 52만205대 대비 6.2% 신장했다.

전체 모델 중 RV 모델의 비중 또한 늘어나며 형제인 현대차와는 다른 모양새였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중 RV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47.2%로 전년 43.4% 대비 3.8%p 확대됐다.

다만 모델별로 전년 대비 판매량은 들쑥날쑥했다.

쏘울, 스토닉, 니로, 스포티지 등 소형~준중형 모델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줄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중형~대형 모델은 판매량이 늘어나며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대형 모델인 쏘렌토는 8만2275대가 판매되며 전년(5만2325대) 대비 57.2% 신장했다. 셀토스 또한 지난해 4만9481대로 전년(3만2001대) 대비 54.6% 늘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시장에서 총 9만5939대를 판매해 전년 8만6859대 대비 10.5% 증가했다. 이 가운데 SUV 모델은 8만916대로 전년(4만7640대)보다 무려 3만3276대가 팔렸다. 전년 대비 169.8% 증가한 것.

이는 새롭게 출시한 XM3가 소형SUV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며 3만4091대가 팔렸기 때문이다. XM3와 QM3는 차급이 달라 서로의 사용자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XM3가 없었더라면 르노삼성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오히려 815대 줄어들었다.

결국 야심차게 출시한 XM3가 국내 시장에서 쇠퇴의 길을 걸었던 르노삼성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8만2954대를 판매해 전년 7만6471대보다 8.5% 증가했다.

이 가운데 RV 모델은 3만3268대를 차지해 전체 판매량의 40.3%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지난해 2월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였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총 2만887대를 판매되며 한국지엠 전체 판매량의 25.2%, RV 모델의 62.8%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정립했다.

2020년 RV 모델 판매량이 전년보다 114.8% 늘어나긴 했지만 트레일블레이저를 제외할 경우 전체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트래버스가 4035대가 판매돼 전년 842대에서 379.2% 늘었지만 트랙스는 1만2541대에서 6853대로 45.4% 감소했고 이쿼녹스도 2019년 2105대에서 2020년 1492대로 29.1% 줄어들었다.

한국지엠은 올해도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래버스의 선전과 트랙스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SUV와 픽업트럭만 생산하고 있는 쌍용차는 ‘SUV 명가’라는 타이틀에 미치지 못한 기록을 보였다.

지난해 쌍용차의 SUV 모델 내수 판매는 티볼리 2만3452대, 코란도 1만9166대, 렉스턴 1만2202대를 판매했다.

티볼리는 전년(3만5428)보다 1만1976대, 렉스턴은 전년(1만2839대)보다 637대 줄어들었다. 반면 코란도는 전년(1만7413대) 1753대 늘어나며 다른 모델의 누수를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판매 부진의 타격이 컸다. 최근 몇 년간 쌍용차의 실적을 이끌었던 티볼리는 소형SVU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왔으나 경쟁사들이 티볼리의 대항마를 출시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정상화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출시로 코로나19가 확산이 크게 위축될 경우 야외 활동 수요와 맞물리며 SUV 판매량이 급격히 늘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전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 불황에 전년 실적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치료제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묶여 있던 자동차 수요가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2분기부터 본격적인 판매 경쟁이 일어날 수 있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