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반도체 보릿고개'··· 현대차·기아 공장 멈춘다

2021-05-14     공재훈 기자

우려했던 '5월 반도체 보릿고개'가 현실화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다.

현대차와 기아가 잇따라 공장 휴업을 결정하면서 투싼과 아반떼 등 인기 차종의 출고 지연과 이에 따른 소비자의 불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7∼18일 대표 볼륨 모델(많이 팔리는 차종)인 투싼과 수소전기차 넥쏘를 생산하는 울산 5공장 2라인을 휴업하기로 했다. 에어백 컨트롤 관련 반도체 재고 부족에 따른 조치다.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은 오는 18일 휴업한다.

기아도 오는 17∼18일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광명 2공장을 휴업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6∼7일 포터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아이오닉 5와 코나 생산라인이 구동 모터와 반도체 수급 문제로 휴업한 데 이어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도 4일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반도체 부족에 따른 위기를 예고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반도체 공급 이슈의 가장 어려운 시점은 5월이 될 것 같다"며 "4월까지는 기존에 쌓아둔 재고로 대응했으나 이제는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며 누구도 어느 정도 물량이 부족하다고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며 추가 휴업 우려도 적지 않다.

'5월 보릿고개'가 현실화하면서 인기 모델의 출고 지연도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출고 기간이 한 달이 넘지 않던 아반떼는 10∼11주를 대기해야 하며 투싼은 고객에게 출고 일정을 고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현대차가 출시한 스타리아의 출고 대기 기간은 고급 모델인 라운지가 3개월, 일반 모델인 투어러는 6∼7주로 기본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의 야심작인 아이오닉 5는 4만여대가 사전계약됐지만 첫 달 출고 물량은 114대에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는 일단 기본 사양을 빼거나 일부 선택 사양을 적용하지 않으면 차량 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고 대기가 길어지며 고객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최근 대기 고객에게 유원하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 명의의 서신을 보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사장은 서신에서 "현재 차량 인도 지연의 주된 원인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있다"며 "반도체 소싱 대체 공급사를 발굴하고, 생산 운영 효율화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차량을 인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날 중장기적으로 미래차 핵심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삼성전자·현대차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간 연대·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지만, 당장의 수급난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 전반의 생산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 때문에 올해 약 340만 대의 차량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GM도 올해 들어 당초 계획보다 34만대의 차량을 적게 만들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최고경영자(CEO)는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때문에 올해 닛산의 자동차 생산이 50만대가량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데일리e뉴스= 공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