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올림픽 경기의 개념 완전히 바꿔놓은 파리 올림픽

2024-07-29     김병호 기자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올림픽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100년만에 파리에서 열리는데 센강 개막식이 올림픽의 틀을 완전히 깼다. 언론은 이번 파리 올림픽을 ‘올림픽의 프랑스 혁명’이라고 보도한다. 그만큼 파격적이면서도 위험성도 크다는 의미다.

올림픽 개막식은 그동안 개최 도시에서 가장 멋진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게 관례이고 전통이다. 폐막식도 마찬가지다. 메인스타디움이 규모가 작거나 연식이 오래되면 다시 짓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국은 88서울올림픽 때 잠실에 초대형 올림픽 경기장을 멋지게 건설했다. 월드컵 때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지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을 개최하면 여지없이 메인스타디움을 건설했다. 

그런데 프랑스 파리는 이런 전통과 관례를 단호히 거부했다. 파리 중심을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선수들은 배를 타고 파리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입장했고, 관람객들은 센강 주변에서 각국 선수단의 입장을 박수를 맞았다.

예기치 못한 테러나 교통 불편 등 걱정도 컸으나 센강을 따라 수만 명의 경찰이 배치되고, 질서를 유지해 큰 소란이나 불편이 없었다. 경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개막식 테러 등에 바짝 신경을 썼는데 다행히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각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입장하는 모습은 올림픽 개막식이라기보다 멋진 유람선의 행렬처럼 보였다. 굳이 줄을 맞춰 설 필요도 없다. 선수들은 강가에 늘어선 관람객에게 손을 흔들고, 관람객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면 됐다. 마치 고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센강 개막식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대단하고, 이를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긴 지도자는 더 대단하다. 거의 모든 지도자가 강에서 배를 타고 입장하는 개막식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도발적 발상이라는 이유로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해냈다.

센강 입장식은 올림픽 개막식이 보여주기에서 선수와 임원, 파리 시민, 관광객, 세계의 시청자들이 함께 즐기는 파티였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축제였다. 꼭 올림픽이 치열한 경기를 통해 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잘 보여줬다.

메인스타디움에서 개막식을 하면 경기장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잔치가 되기 쉽다. 그런데 센강 개막식은 강을 따라 수만, 수십만의 파리 시민과 프랑스 국민, 외국 관광객이 함께했다. 함께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시간이었다.

정부나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센강 개막식을 열자고 했을 때 묵묵히 따라 준 국민들은 존경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 모르면 몰라도 ‘강에서 무슨 올림픽 개막식이야’ ‘조직위원회가 아예 미쳤네’ ‘교통체증은 어떻게 할 것인데...’ 하면서 한강에서의 개막식을 분명 말리고, 반대했을 것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또 다른 특징은 경기장을 새로 짓기보다 있는 시설을 활용하고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올림픽을 치르러면 화려한 경기장부터 짓는데 파리는 기존 시설을 주로 이용했다. 

많은 나라가 올림픽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짓고, 체육시설도 마련하지만, 막상 대회가 끝나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파리는 이런 걱정은 덜게 됐다. 

올림픽은 평화와 자유, 친교의 무대다. 그래서 각국, 각 도시가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일단 올림픽을 개최하면 도시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한 나라의 도시에서 세계의 도시가 된다. 방송에 올림픽 중계권을 팔아 수입도 올린다. 그러니 서로 유치하려고 경쟁할 만도 하다.

해가 갈수록 올림픽은 진화한다. 개막식도 진화하고, 선수들의 실력과 기량도 진화한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진화할지 모른다. 유유히 흐르는 센강을 올림픽 개막식의 무대로 삼은 것은 놀라운 발상이다. 이런 파격적 발상을 통해 스포츠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