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트럼프의 영향 큰 반도체, 자동차와 조선업

2024-11-11     김병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전기차 및 배터리), 조선(군함 건조 및 수리)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은 현재 한국을 지탱하는 3대 제조업으로 볼 수 있는데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반대도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말하자면 갈림길에 선 셈이다.

우선 조선부터 보자.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후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 12분간 통화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을 축하했고, 트럼프도 잘해보자고 했다. 북한 얘기가 나왔고, 윤 대통령은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했다. 북한이 그럴 줄은 몰랐다는 얘기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조선업이 발달하고 군함의 건조와 보수에도 실력이 있으니 앞으로 미국과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한때 군함 등을 건조해 막강한 해군력을 자랑했으나 최근엔 조선업이 쇠퇴해 신형 군함 건조와 기존 함정의 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알고 있는 트럼프가 한국에게 협력하자고 손을 내민 것이다.

한국은 유조선 등 각종 대형 선박뿐 아니라 군함, 잠수함 등 전쟁에 쓰일 선박 건조와 보수에 관한 한 세계에 정평이 나 있다. 품질도 좋은데다 약속된 기한까지 잘 지킨다는 얘기가 퍼지자 트럼프가 협력을 제안했다.

트럼프가 윤 대통령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앞으로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조선업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닐 가능성이 아주 크다. 트럼프 시대에 한국 조선업은 빛을 볼 것으로 크게 기대된다.

반도체는 어떨까. 트럼프는 이런 말을 했다. “외국 반도체 회사에 왜 보조금을 주나, 높은 관세를 매기면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 아닌가” 쉽게 말해 반도체 기업에게 주는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공장 설립과 생산을 지원하는 ‘칩법’(Chip Law)을 통해 미국의 인텔을 비롯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에 수십조원씩 지원금을 줬다.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투자도 많이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부정적이다. 반도체 업체로서는 불길한 징조다. 미국에 반도체를 팔아먹으려면 투자를 더 해야 할 판이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외국 반도체 업체는 언제 어려움을 당할지 모른다.

자동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트럼프는 전기차에 주는 보조금도 없앨 태세다. 기본적으로 트럼프는 전기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경유나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선호한다. 그래야 자동차로 인해 일자리가 생기고, 미국이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자동차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친환경 차인 전기차 사랑에 빠졌다. 한국의 현대차 등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앞을 다퉈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게 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보조금도 지급했다. 

전기차를 육성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배터리다. 한국은 LG 등의 업체들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거나 짓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강조하면서다.

트럼프 정책은 도발적이고 예측이 어렵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실제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생각이 바뀔지는 두고 봐야 한다. 선거 운동을 할 때는 언론을 타고,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기존 정책을 뒤집는데 막상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트럼프 시대는 이미 열렸다. 따라서 반도체와 전기차 업체는 긴장하고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달리 조선업은 트럼프가 이미 협력하자고 찜을 해놨기 때문에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업종별로 희비가 갈리는 데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무슨 정책을 도입하든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