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파리기후협약, 미국 탈퇴하면 동력 잃는다

2024-11-13     김병호 기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기후 재원’을 주요 의제로 아제르바이잔에서 개막됐다. 당사국총회는 기후협약의 최고 의결기구인데 올해 가장 큰 관심은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트럼프의 탈퇴 가능성, 지구 기온의 온난화 상한선 초과 등이다.

올해 당사국총회는 분위기가 무척 무겁다. 우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는데 2015년 마련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은 국제 정치와 경제를 쥐고 흔드는 미국이 있어야 힘을 받는데 트럼프 말대로 미국이 빠지면 그야말로 ‘앙꼬(팥소) 없는 찐빵’이 되고 만다. 미국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도 많은 데 미국이 탈퇴하면 기후변화협약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특사인 존 포데스타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턴할 것을 우려했다. 자칫 지금까지 이뤄놓은 진전을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이탈하면 에너지 대량 소비국인 중국 등도 관심이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이번 당사국총회의 또 다른 걱정은 비용이다. 당장 내년부터 1000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 이 돈을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더 낼지 합의를 이뤄야 한다. 에너지 사용이 많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미국, 중국, 인도 등의 부담이 커야 하지만 미국은 탈퇴하고, 중국이나 인도는 돈 내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

기후협약을 실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 감소, 환경 교육 등 할 일이 많은데 가장 필요한 돈이 문제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면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돈 얘기만 나오면 고민이 깊어진다.

문제는 또 있다.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텐데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온난화 제한선 1.5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2일 당사국총회에 기후 변화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올해 1~9월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평균보다 섭씨 1.54도(±0.13도 오차·이하 섭씨) 높았다고 한다.

유럽의 기후 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는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이 14.98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연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특정 월에 평균 기온이 제한선 15도를 넘을 때가 있었어도 연평균 기온이 제한선을 첫 번째로 넘게 된다는 것인데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기후 변화는 온 인류,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온실가스나 이산화탄소가 어느 한 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바람을 타고 지구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특정국이 열심을 낸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기후 변화가 빛을 보려면 미국이 회원국으로 남아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탈퇴를 주장했다. 트럼프는 원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에 관심이 많은 대통령이다.

트럼프 약속대로 미국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천국으로 만들려면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온실가스도 많이 발생한다. 미국은 현재 원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다. 땅속에서 솟는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전기차보다 휘발유 차 경유 차를 선호한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선언했는데 엄청난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목표다. 날씨가 갈수록 더워져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데 이 경우 반드시 수반하는 게 온실가스 대량 배출이다.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어떤 합의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나라마다 상대 국가에 온실가스를 줄이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덜 쓰는 후진국은 선진국에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비용을 더 부담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에너지 대량 사용 국가는 후진국의 이런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기후 변화에까지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 같아 아쉽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