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넷제로 달성 목표가 실패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EU 측에서는 주요 도시와 관련한 투자 예산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넷제로 중간 목표로 삼은 112개 도시 그룹이 공약 이행을 위해 총 6500억 유로(약 966조563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요청을 진행한 도시는 리옹, 세비야, 말모, 리스본, 피렌체를 포함한 33개 도시이며 투자가 진행되면 기후변화 대응안 마련과 노후화된 건물 개조로 에너지 효율성 상향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도시들은 유럽의 스마트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스마트도시는 발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수집, 이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삼은 계획형 도시 시스템을 뜻한다.
다만 최근의 스마트도시는 단순히 기술적 발전 추구뿐만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환경 분야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EU의 스마트도시는 이런 지속가능형에 초점을 맞춘 형태의 대표 사례다.
유럽식 스마트도시는 환경과 에너지 측면에서 지속가능성과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중앙 정부로부터의 간섭 최소화 역시 추구한다.
이번에 투자를 요청한 도시들은 이중에서도 노후화된 건물의 보수 및 개조를 통한 에너지 절약을 우선한다.
이미 EU 내에서도 노후화된 건물 시스템과 에너지 낭비는 넷제로 달성을 위한 주요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EU는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은 오는 2030년까지는 최소 16%, 2035년까지 최소 20~22%의 평균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에너지 효율이 가장 낮은 비주거용 건물들 중 16%, 2033년까지 26%를 탄소배출 기준치에 맞게 개조하는 것과 기술적, 경제적 환경이 마련된 국가의 경우 해당 기간 동안 모든 신축 건물에 태양광 설비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물론 규정 시행을 위한 보조금도 마련되어 있지만 이번에 투자를 요청한 도시들은 민간 자본의 참여를 이끌어내 넷제로 달성을 보다 완벽히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넷제로 달성 로드맵에 대한 부정적 견해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후변화 분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남에 따라 각 정부와 기관에 제시한 넷제로 로드맵에 대한 보다 정밀한 평가도 늘어나고 있다.
EU는 기후변화 대응안에 있어 선진적인 정부로 알려졌지만 분석 결과, 로드맵의 중간 목표 혹은 최종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옹, 세비야, 리스본 등 스마트도시 구축을 진행 중인 주요 도시들 역시 중앙에서 추진하는 전략에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부정적 전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앙 정부와 달리 주요 도시에서 사용 가능한 예산은 한정적이다. 이들이 민간 금융 투자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를 위한 과정으로 국가 정부의 보증을 활용하는 '기후 도시 자본 허브'를 시작, 개별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그룹화했다.
아울러 공공 및 민간 자금은 지역 투자 펀드를 설정하거나 특정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약 50여 명의 투자자가 이미 투자에 관심을 보였으며 유럽 투자 은행도 이 금융 허브와 협력해 도시들이 각자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 기술적 조언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테레사 체르빈스카 유럽투자은행 부총재는 "우리는 도시에 대출 4분의 1 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유럽의 기후 은행으로서 우리는 도시들이 기후중립 투자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시들과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e뉴스= 윤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