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분출하는 자체 핵무장론, 좋은 기회 될 수도
[김병호 칼럼] 분출하는 자체 핵무장론, 좋은 기회 될 수도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7.17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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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과연 자체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한국에서 자체 핵무기 개발 지지 여론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FT는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이 지난달 공개한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는데 응답자의 66.0%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이 핵 보유에 찬성한 셈이다.

특히 주목할 내용이 있는데 주한 미군 주둔과 핵무기 중 하나를 택할 경우는 핵무기를 선택한 비율이 44.6%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민의 반 정도가 주한미군보다 핵무기가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FT는 이와 관련, 북한의 핵무기가 날이 갈수록 고도화, 정교화되는 데다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언제 철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툭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해 왔다.

통일연구원은 국책 연구기관인데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은 큰 의미가 숨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조사는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맺기 전에 실시됐는데 지금 이런 조사를 한다면 핵무기 보유 응답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게 있는데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의 보고서다. 전략연은 지난 6월 한국은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 능력 구비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략연은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대(對)한반도 파급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는 물론 자체 핵무장 등을 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통일연구원이나 전략연은 국가안보를 다루는 국책 연구기관인데 이들이 핵무기 보유를 언급한 것은 단순히 넘길 일은 아니다. 정부의 방향이 핵 보유 쪽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최근 미국 조야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발언이 많이 나온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핵 협상 가능성이 크고,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반도 전체의 핵무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모임에서 “한국이 계속해서, 어쩌면 점점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북·러 관계 심화로 한국이 핵무장에 더 내몰리게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동아일보가 전했다.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도 핵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상원 본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 핵무기 전진 배치와 한국, 일본, 호주 등과의 핵 공유 협정을 논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돼야 한다. 지난 2015년 개정돼 20년간 유효한 이 협정은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재처리와 우라늄 20% 미만 저농축을 막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한다는 방침만 정해지면 협정은 개정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생각이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김정은을 만나 북핵을 빅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북핵을 현 상태에서 동결할 수 있다. 한국에게는 최악이다. 이때 우리 정부가 할 일이 트럼프를 설득해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한국 핵무장이 미국의 중국 포위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다음은 한국 내 의견 통일이 중요하다.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싶어도 야당, 시민단체, 환경단체, 반정부단체, 친북 성향의 단체 등에서 머리가 터지게 반대하면 어려운 문제가 된다.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그래야 국제사회의 압박이 있어도 견뎌낼 수 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반도 안보의 위험도 덩달아 커지게 됐는데 이를 걱정만 하기보다 자체 핵무장의 기회로 삼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한다면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어느 나라도 한국을 만만하게 보지 못할 것이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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