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실리도 명분도 약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김병호 칼럼] 실리도 명분도 약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7.0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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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을 선언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국내 최고기업으로 취업준비생의 ‘선망의 대상’인 삼성전자에서 임금 협상 문제로 파업을 한다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 믿어지지도 않을 정도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데 조합원이 2만8000여 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2%로 규모가 크다. 이런 전삼노가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1일 선언했다. 이후 2차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창립 55년 만에 있는 총파업이다.

파업 이유가 뭘까? 삼성전자는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에서 올 임금인상률을 평균 5.1%로 정했는데 855명의 조합원이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전삼노가 이들 855명의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사측에 요구했고,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임금인상률에 반대한 조합원은 소수 강경파로 볼 수도 있다. 이들에게 더 높은 인상률을 적용해 달라는 것은 강경파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누구는 더 올리고, 누구는 덜 올릴 수가 없는 일이다. 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삼노는 “더 이상의 평화적인 쟁의행위는 무의미하다. 합리적 쟁의권을 기반으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임금 무노동 총파업으로 투쟁한다”고 선언했다.

노조의 총파업 명분은 어이가 없다. 사측이 구조조정을 하거나 직원 해고, 노조 탄압, 임금 삭감 등 반노조적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일로 총파업을 한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날마다 파업해야 한다. 

노조 집행부의 총파업 계획에 얼마나 많은 노조원이 참여할지는 미지수인데 지난달 7일 있었던 연가 투쟁에는 호응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총파업이 생산 차질을 빚을 정도의 파괴력은 보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몇 명이 참여하든 한국 최고기업 삼성전자에서 총파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고 놀랄 일이다. 한국에선 거의 대부분 근로자가 삼성전자보다 월급이 적고, 복지도 약한 회사에 다닌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총파업은 명분이 있어야 하고, 국민이 볼 때도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파업의 동력이 생기고, 노조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 사측도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삼성 노조의 요구는 너무 지엽적이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고들 말한다. 누구도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할 만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렇게 좋은 회사 다니면서 무슨 놈의 파업이야’하는 사람은 많다.

삼전노와 사측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에서 총파업이 생겨선 안 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의 대표주자다. 이런 기업에서 별일도 아닌 것으로 파업을 하면 회사 이미지만 나빠진다.

삼성전자가 최고기업이지만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의 반도체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신기술과 혁신제품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조는 작은 일로 파업하기보다 사측과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회사가 잘 돼야 노조도 잘 되고, 노조가 잘 돼야 회사도 잘 된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삼전노는 ‘잘 나가는 회사에서 무슨 파업이냐’는 나쁜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 ‘잘 되는 회사는 노조도 협력적이다’라는 좋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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