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전기차 화재 얼마나 위험하면 포비아(Phobia)라고 할까
[김병호 칼럼] 전기차 화재 얼마나 위험하면 포비아(Phobia)라고 할까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8.07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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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가 늘어나면서 운전자들 사이에 전기차 포비아(Phobia)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포비아는 공포란 의미인데 전기차 공포증이 커진다는 얘기다. 전기차는 소음도 적고, 가속력도 좋아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데 왜 공포가 커질까.

며칠 전 인천 청라 국제도시의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을 보면 포비아라는 말이 생길 만도 하다. 벤츠 차량에 불이 났는데 주변에 있던 차량 40대가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봤다. 불을 끄는 데만 무려 8시간이 더 걸렸다. 

어디 이뿐인가. 소방관 177명, 장비 62대가 동원돼 건물 안에 있던 103명을 대피시키고 106명을 베란다나 계단으로 구조했는데 20명 이상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480여 세대는 전기가 끊겼다. 120여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이나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 난리였다.

전기차는 일단 불이 나면 불을 끄기가 무척 어렵다. 배터리가 철판으로 둘러싸여 아무리 물을 뿌리고, 분말 소화기를 뿌려도 불길이 잡히지 않는다. 전기차는 불이 나면 자동차를 번쩍 들어 대형 수조에 집어넣어야 한다.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만을 위한 수조를 만들어 놓을 수도 없고, 소방관이 수조를 가지고 다니기도 쉽지 않다. 아파트 지하는 대형 소방차가 진입할 수도 없다.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들도 손을 쓰기가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많은 아파트에서 지하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두고 있다. 충전을 위해서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를 생각해 최근에는 아파트들이 지상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한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는데 규모가 큰 아파트, 고가의 아파트, 최신 아파트일수록 지상에 주차공간이 아예 없다. 지상은 공원으로 쓰고, 모든 차를 지하에 주차한다. 당연히 전기차도 지하에 휘발유나 경유 차량과 함께 주차한다. 전기차주와 일반 차주 간에 갈등도 생긴다.

지하 주차장 화재는 유독가스 등으로 진화 오래 걸리고 피해 키우는데도 지난해 새로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404곳 중 349곳이 옥외고 55곳은 지하에 설치됐다고 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까지 6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60건이다. 2018년 3건에서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주차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요점은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때 화재에 대비해 소방시설도 반드시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때 소방 용수시설, 소화수조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제 전기차 화재는 전기차주 만의 일이 아니다.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는 모든 주민의 일이다. 전기차 주차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해서 화재도 예방하고, 다른 차의 피해도 막아야 한다.

전기차 보급도 중요하지만, 안전은 더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전기차 보급에 주력했는데 이젠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미래 먹거리로 성장할 수 없다.

전기차는 이미 대세가 됐다. 미래 먹거리로 각국이 기술개발과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라는 복병이 앞을 막고 있다. 

국민들 입에서 ‘전기차는 화재가 많아’, ‘화재가 발생하면 끄기 어려워’ 소리가 나오면 전기차는 시장을 확장하기 어렵다. 전기차 주차장 대책, 화재 예방 대책, 화재 시 소화 대책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전기차 시장의 미래가 열린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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