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18년 만에 연금개혁에 어렵게, 어렵게 합의했는데 이번에는 여야의 30·40 젊은 국회의원들이 청년세대에 부담을 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안에서의 여야 간 싸움이 의원들의 세대 간 싸움으로 번질 모양이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30·40대 여야 의원 8명이 2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회견에는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모수조정안(돈을 내는 보험료율과 돈을 받는 소득대체율 조정)을 요약하면 당장의 보험금 혜택을 인상하고 후세대의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부담은 다시 미래세대의 몫이 됐다”고 반발했다. 기성세대가 혜택을 보고 부담은 젊은 세대, 미래세대가 진다는 주장이다.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를 43%로 올리기로 합의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또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에도 합의했다. 여야는 연금개혁이 18년 만이라며 치적으로 내세웠고, 언론도 크게 다뤘다.
국회 통과 때도 30·40의원 등 83명은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졌다. 연금개혁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금 수령 연령 상향조정, 자동조정장치 등 기성세대가 양보할 수 있는 안들은 모두 빠졌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급기야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여야가 연금개혁을 이뤄냈다고 했지만, 사실은 연금이 고갈되는 시기를 몇 년 늦췄을 뿐이다. 합의된 대로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3%를 적용하면 국민연금 수지 적자는 2041년에서 2048년으로 7년, 연금 소진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이 늘어난다. 고작 지금보다 적자를 7년 늦추고 소진은 9년을 더 버틸 수 있다.
2064년 기금이 소진된 후 그해 받은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은 37.5%로 높아진다. 2064년 이후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급여의 37.5%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급여의 3분의 1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여기에 세금 내고, 건강보험료 내면 먹고살 돈이 얼마나 남을지도 걱정이다.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이 바닥나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 확보다. 이번 연금개혁은 보험료를 더 내고, 보험금을 더 타는 구조다. 더 내고 덜 받아야 기금이 소진되지 않는데 더 내고 더 받으면 성과 있는 개혁으로 보기는 어렵다.
연금개혁이 성공하려면 국민의힘이 주장한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돼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 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반대로 연금을 타는 사람은 늘어난다. 이 경우 정부가 연금을 지급할 수 없는 때가 온다. 이때 필요한 게 자동조정장치다.
자동조정장치는 정부나 국민연금의 재정 상황에 따라 연금 지급액과 가입 기간, 수령 시기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로 연금의 지속성 확보에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이런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2048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64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 이후는 국민연금을 지급하는 게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데 이게 바로 자동조정장치다.
여야가 18년 만에 연금개혁을 했다고 하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당장은 30·40의원의 반발을 어떻게 달랠지 고민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겨선 안 된다는 말이다. 다음은 이번 개혁에서 빠진 자동조정장치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을 계속해서 지급할 수 있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