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여·야·의·정 협의체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
[김병호 칼럼] 여·야·의·정 협의체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9.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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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야와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순항할지 주목된다. 의료 수요가 많은 추석을 앞두고 있는데 대화의 물꼬가 마련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

국회는 오늘(9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나선다. 다만 의료계는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여야는 의료계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추석 전에 첫 모임을 갖는 게 목표다.

이런 가운데 전국 시도지사들이 “의대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료계에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해 정부에 큰 힘을 보탰다. 시도지사들이 정치적 생각을 떠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집단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증원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이 일단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은 의료갈등이 봉합되기를 바라는 국민에게는 ‘희소식’이다. 정치권이 만났다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만난 것 자체가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희소식이 정말 ‘희소식’이 되기 위해서는 여·야·의·정 당사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조금씩 낮추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그렇질 못한다.

의사들은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의대 증원 2025년 백지화와 2027년부터 논의를 주장한다. 민주당은 대통령 사과와 복지부 장·차관을 바꾸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도 2027년부터 논의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선 의사들이 요구하는 대통령 사과는 대통령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대통령은 의대 증원을 의료 개혁의 출발점으로 보고 역대 대통령이 해내지 못한 것을 결단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중이다.

사실 의대 증원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인데 대통령이 이를 잘못했다고 사과할 일은 아니다. 국민건강과 의사들의 과로를 생각하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 아닌가.

의료계는 2025년, 2026년은 증원을 백지화하고 2027년부터 새로 논의하자고 하는데 2027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다면 증원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대통령 후보가 의사들과 척지면서 증원을 할까.

의료계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는 물론 각 당이 의사들 표를 잃어가면서까지 의대 증원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7년에도 증원을 못 하면 의대 증원은 물 건너간다.

민주당이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합당치 않다. 장관과 차관의 경질도 그렇다. 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의대 증원을 위해 직을 걸고 일을 해왔다.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이 볼 때는 장·차관이 밉겠지만 일반 국민이 볼 때는 강단 있는 공직자다. 대통령실이 장·차관 경질을 거부했는데 잘했다는 평가다.

복지부는 의료계가 대안의 제시하지 않으면 기존 원칙대로 간다는 방침이다. 의료계가 통일된 의견을 제시해야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갈 텐데 아무런 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대통령실은 내년 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미 의대가 신입생 모집 수순에 돌입했는데 이를 백지화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들 요구대로 내년 증원을 백지화하면 당장 대학과 학생, 학부모가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의료갈등은 당사자마다 생각이 다르다. 의료계는 어떻게든 증원을 막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정부와 대통령실은 어떻게든 증원을 추진하려 한다. 전혀 방향도 다르고 대응도 다르다. 이 과정에서 의료 공백이 생기고, 아픈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소식에 ‘국회가 이제 일 좀 하네’ ‘의료갈등이 이제는 풀릴까’ ‘추석에 몸이 아파도 협의가 잘 되면 걱정할 게 없어’하고 기대감을 보인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는데 여·야·의·정 협의체에는 이 말이 통하지 않길 바란다. 기대도 크고, 기쁨도 크길 바란다. 참으로 어려운 만남의 자리인데 조금씩 양보해서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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