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려 아예 공장을 세우고 전문인력도 30여명이나 데려간 전직 삼성전자 간부가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삼성전자가 4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인데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10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삼성전자 상무이사 출신인 최 모(66) 씨와 같은 회사 전직 D램 메모리 수석연구원 오 모(60) 씨를 구속 송치했는데 두 사람은 각각 중국 청두가오전(CHJS)의 대표와 공정설계실장이다.
최 씨는 삼성전자에서 상무,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부사장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인데 2020년 9월 중국 지방정부로부터 4600억원을 받아 청두가오전을 설립했다. 이는 자본금의 60%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최 씨는 청두가오전을 설립하면서 오씨 등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을 데려갔는데 인원이 무려 3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 30여 명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다고 한다.
경찰은 최 씨가 청두가오전을 설립하면서 국내 반도체 인력을 영입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핵심기술을 유출하고 부정 사용한 것으로 본다. 최 씨의 혐의는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이다.
최 씨가 빼돌린 기술은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18나노급 및 2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기술인데 삼성전자는 18 나노급 기술 개발에 2조3000억원, 20나노급 기술 개발에 2조 원을 쏟아부었다. 이런 기술을 자기가 근무하던 공장에서 중국으로 빼돌렸다니 경악할 일이다.
삼성전자가 현재도 이들 제품으로 매년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는 걸 보면 중국으로 빼돌린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 알 수 있다. 경찰은 이를 기술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등은 삼성전자 기술을 빼간 후 1년 3개월 만인 2022년 4월 시범 웨이퍼를 생산했다. 통상적으로 시범 웨이퍼를 생산하려면 빨라야 4~5년이 걸리는데 단숨에 생산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가져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추정된다.
최 씨의 기술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8년에도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복제해 공장을 설립하려다 실패한 일이 있다. 이 일로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인데 이런 기술이 일부 전 현직 임직원에 의해 해외로 빼돌려지는 것은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반도체, 자동차, AI(인공지능), 통신, 로봇, 위성과 방위산업 등 특정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기업들은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아무리 오랜 기간,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나만의 기술을 개발해도 해외로 추출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기술 유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정보원과 경찰을 중심으로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데 원래 비밀리에 이뤄져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또 정보가 있어도 물증을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중요한 것은 우리 기술을 보호하려는 기업 임직원들의 노력과 마음가짐이다. 외국에서 돈을 더 준다고 기술을 빼돌리는 것은 반국가적 행위로 볼 수 있다. 국가를 해롭게 하고 상대방 (주로 중국)을 이롭게 할 뿐이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내가 다니던 회사의 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것은 양심을 팔아먹는 일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곰곰이 돌아보고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