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가 선보인 AI모델 ‘딥시크 R1’으로 인해 전 세계가 AI 충격에 휩싸였다. 생긴 지 2년밖에 안 된 작은 딥시크가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며 돈을 쓸어 담던 미국 엔비디아에 한 방 먹였기 때문이다.
딥시크 R1의 출시로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27일 무려 16.97% 폭락하며 시총 5890억달러(846조6875억원)가 증발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까지 내줬다. 뉴욕 증시 역사상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하락 폭이다. 29일에도 4.10%가 떨어졌다.
딥시크 R1은 출시 일주일 만에 미국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챗GPT를 눌렀다. 딥시크가 아주 적은 비용으로 미국 실리콘 밸리 빅테크와 필적할만한 AI모델을 만들었는데 검색과 추론 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딥시크 R1을 1957년 당시 소련이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을 발사해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것에 버금가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작은 신생기업 딥시크가 얼마나 충격파를 던졌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이 충격에 빠진 것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는 와중에도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의 10분의 1 미만을 투자해 고성능 AI모델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구형 그래픽처리장치(CPU) H800을 사용했는데 이는 최고 사양의 최신 칩을 사용하던 업계의 틀을 깬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은 AI기술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왔는데 중국 딥시크가 값싼 구형 장비를 활용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최첨단 AI기술을 개발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딥시크가 AI모델을 선보이자마자 미국은 딥시크의 자국 지식재산권 도용 의혹을 공식 제기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 도용 의혹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딥시크가 미국 기술을 도용해 혁신적 제품을 내놨다는 것이다.
미 해군은 국가 안보와 정보 유출을 이유로 아예 딥시크 앱 사용을 금지했다. 이탈리아와 아일랜드는 딥시크 앱 신규 다운로드를 차단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방국들이 중국의 AI패권 도전에 연합전선을 펴면서 대응하는 구조가 됐다.
미국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250억달러 (우리 돈 36조원) 규모 투자 협상에 돌입했는데 역시 중국 딥시크 견제를 위한 포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딥시크 견제를 위해 AI동맹을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와 AI 패권국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전략이다.
미국이 발 빠르게 중국에 대한 반도체와 AI장비 수출통제에 나설 경우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중국 딥시크를 연구해서 어떻게 이런 놀라운 제품을 구상하고, 출시했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
업계는 미국과 서방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딥시크 R1 AI모델이 세계를 평정할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한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구식 장비를 이용해 막대한 돈을 들인 고성능 AI모델을 능가하는 제품을 내놓는 것은 미국 등 서방에 큰 충격이다.
우리나라도 저비용으로 고성능 AI모델 개발에 더 열정을 보여야 한다. 혁신은 멀리 있지 않고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값싼 장비로 성능이 뛰어난 AI모델을 개발하는 딥시크의 열정은 보고 배워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