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개정안, 묵은 때 '확률형 아이템' 벗겨낼 때
[기자수첩] 게임 개정안, 묵은 때 '확률형 아이템' 벗겨낼 때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20.02.2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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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게임 전부 개정안을 놓고 연일 언론과 게임업계가 시끌벅적하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은 '게임생태계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개정안이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선 바뀐 제명(題名)부터 흠을 잡았다. '게임진흥에 관한 법률’이 '게임산업법'으로 변경됐다는 이유에서다.

법률의 제명 변경과 관련한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특별히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 '게임사업'에 대한 조항이 신설됐을 뿐이다. 게임사업의 정의를 보면 게임산업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위한 법률이라고 명시돼 있다. 수익이 나오는 사업군에선 응당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게임업계가 두려워하는 내용은 개정안의 목적에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게임이용자 보호와 게임을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조성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정부가 이용자 보호 조항을 분명히 하면서 게임업계를 향한 규제의 칼날을 세운 것이다. 개정안 제 64조에는 그동안 골머리를 썩힌 확률형 아이템 표기를 비롯해 사실상 방치했던 게임사업자의 게임이용자 보호 규정이 담겨있다. 게임업계와 협회가 단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용자의 보호 조항은 그동안 반드시 필요했던 부분이다. 오히려 늦게 주목하게 된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간 3N(엔씨·넷마블·넥슨)으로 불리는 대형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모델로 근 10년간을 배불리 먹고 살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엔씨는 일평균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거의 확률형 아이템이 기반이 됐다. 기업이 수익을 챙기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국내 개발사가 출시하는 게임을 보면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게임의 구조를 확률형 아이템이 필수 조건으로 되게끔 설계하거나, 과다한 과금 유도 이벤트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적을 받아도 게임업계는 변하지 않는다. 게임사는 그동안 잡음이 커지면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고 비슷한 과금 구조의 게임을 출시하기를 밥 먹듯 해왔다.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행성 게임을 게임으로 정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게임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 조장 의혹을 수차례 받아 왔기 때문이다. 사행성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는 배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것, 둘째는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요소, 마지막으론 현금 환전 여부다. 확률형 아이템은 앞서 언급한 2항과 3항에 저촉된다. 대부분의 확률형 아이템은 시스템 구조상 '랜덤박스' 형태로 제공된다. 이용자는 일반 등급부터 희귀 등급을 결정할 수 없다. 모두 '우연성'에 의해 결정된다. 아울러 높은 등급의 아이템 현금 거래는 지금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시세'라고 평가받는 기준도 모두 현금이다. 이를 보면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 범주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게임업계는 규제 얘기만 나오면 반사적으로 게임의 특수성을 내건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의 특수성이라 항변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수익성이 우려된다면 혁신적인 과금 모델을 도입하면 된다. '배틀 패스'나 '캐시백(Cash back)'도 하나의 대안이다. 게임사들이 게임산업 진흥을 외치면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익모델로 확률형 아이템에만 매달린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물론 이용자의 보호 규정이 게임업계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수긍이 간다. 그렇다고 해서 이용자의 권리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인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선 올바른 게임 이용자 보호 규정도 병행돼야 한다. 신뢰는 한 순간에 생기지 않는다. 게임업계가 진정한 '진흥'을 원한다면 이용자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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