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김지원 기자] KAIST(카이스트)는 고동연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에너지 집약 산업체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산업 부산물을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신개념 고체 탄산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중공사막(가운데가 비어있는 형태의 막) 형태의 '초투과성 분리막'을 이용해 연속적인 이산화탄소 포집과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대량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산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 절감이 요구되고 있다. 또 에너지 집약 산업체의 부산물(석탄회 및 철강 슬래그)에 대한 처리 비용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이산화탄소를 산업 부산물과 반응시켜 부가가치가 있는 물질로 전환하는 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 등의 고체 탄산염으로 전환해 건설 소재로 이용하는 기술은 전 세계 시장에서 2030년까지 약 1조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연간 30억~6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고 교수팀이 개발한 고체 탄산화 기술은 이산화탄소와 알칼리 금속(칼슘, 마그네슘)의 자발적 결정화 반응을 이용하는 일종의 자연모방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열역학적으로 가장 안정된 탄소 저장체인 고체 탄산염(CaCO3, MgCO3)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고체 탄산염은 고품위 물성 제어를 통해 건설·토목 소재, 제지산업, 고분자, 의약, 식품, 정밀화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고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여 탄소배출권 절약과 함께 고부가가치 생산물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고 교수팀은 우선 미세다공성 고분자로 이뤄진 초투과성 분리막 기술을 통해 기존 공정 유닛보다 5~20배가량 작은 부피로 기존 공정 대비 50% 이상 뛰어난 물질전달 효율의 고체 탄산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미세다공성 고분자는 회전할 수 없는 단단한 부분과 고분자 사슬이 뒤틀리는 지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는데 기체 분자를 빠른 속도로 투과시킬 수 있어 가스 분리 분야에서 유망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미세다공성 고분자를 속이 빈 실과 같은 중공사막 형태로 가공해 모듈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렇게 제조된 초투과성 중공사막 모듈에 이산화탄소·질소 혼합 기체를 흘려보내면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빠르게 분리막을 가로질러 중공사막 외부의 알칼리 이온과 반응해 순간적으로 탄산염을 생성하는 원리를 연속식 모듈로 구현했다.
고 교수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부피 대비 표면적이 기존 시스템보다 수 배 이상 높아 매우 높은 공간 효율성을 갖는 분리막 모듈의 특성을 이용해 장시간의 연속 공정이 가능한 게 특징이자 장점이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 전환 공정의 에너지 및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고체 탄산염을 활용하는 데 높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전환 기술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영은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서스테이너블 케미스트리 앤드 엔지니어링(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10월호에 실렸는데 연구의 파급력을 인정받아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