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통계에 대거 누락이 발견됐다. 국토부는 1일 지난해 주택 인허가·착공·준공을 합쳐 19만여 가구가 적게 집계됐고, 이로 인해 연간 주택공급 통계 전체가 정정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처음 있는 일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42만8744가구인데, 3만9853가구가 적은 38만8891가구로 잘못 발표됐다는 것이다.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착공은 24만218가구지만, 3만2837가구 적은 20만9351가구로 발표됐는데 이 역시 훨씬 적게 발표됐다.
준공 실적은 무려 12만여 가구가 차이 난다. 31만6415가구를 준공했는데 이보다 11만9640가구(38%)가 많은 43만655가구를 준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공급이 많았다는 것인데 실제는 훨씬 적었다.
국토부는 올 1월 지난해 주택공급 실적을 점검하다가 데이터 누락이 나타나 자체 점검에 들어갔고, 실제로 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IS)과 지방자치단체 자료를 입력하는 건축행정정보시스템(세움터)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통계 누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시스템을 연계, 전환하는 과정에서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과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공급 물량이 지난해 7∼12월 6개월간이나 누락됐다고 실토했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준공은 부동산 경기를 가늠하는 아주 중요한 지표다. 정부 기관이나 금융기관, 기업, 주택 수요자들의 의사 결정의 근거가 된다. 이런 중요한 통계에 오류가 발생했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국토부는 지난해 9·26 공급 대책과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둘 다 아주 큰 대책이다.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택 대책을 발표했고, 언론은 이를 받아 보도하기에 바빴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당시는 이 통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국토부도 모르고, 언론은 더더욱 몰랐다.
정부는 통계에 근거해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며 수도권 신규 택지 발표, 3기 신도시 물량 확대, 신축 빌라·오피스텔 매입 시 세제 혜택 부여 등 공급 확대 조치를 내놨는데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국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게 통계다. 주택, 물가, 무역, 금융, 고용, 선거, 교육, 의료, 출산, 연금 등 모든 정책이 통계를 바탕으로 수립되고, 시행된다. 기본 통계가 잘 못 되면 정책도 잘 못 된다. 통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때 주택과 고용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실제로 수사까지 이뤄진 일이 있다.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계가 중요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국토부의 주택통계가 잘못된 게 물론 고의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는데 이를 바로 알지 못하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그렇더라도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주택정책을 세우고 이를 발표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부의 책임이다. 국토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주택 관련 통계를 더 정확히 생산해 내는 데 힘써야 한다. 다른 부처도 혹시 이런 일이 없는지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