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출원·수소충전소 등 선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
한국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발전 등 수소 활용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수소 생산, 저장·운송 분야에서는 주요국과 기술력 격차가 존재하고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수소 경제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고 수소 경제 정책이 연구·개발(R&D)를 원천기술 확보와 인프라 구축 확대에 집중돼야 한다고 7일 밝혔다.
수소는 화석연료 대비 효율이 높고 유해물질 배출이 전혀 없어 미래 청정에너지로 손꼽히고 있다.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 경제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 수소는 최종 에너지 소비량이 18%를 차지하고 4억 대의 승용차와 2000만 대의 상용차가 활용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자으이 약 20%에 해당한다.
또한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940조원)에 이르고 3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도 70조원의 시장 규모와 60만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아울러 연간 이산화탄소(CO2) 감축 목표의 약 20%가 수소 활용으로 감축돼 기후변화 대응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 수소 경제는 활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9년 승용 부문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가 4194대로 전 세계 1위다. 수소연료전지 발전량도 408MW로 1위다.
그러나 수소 산업 투자가 활용 분야에 지나치게 쏠려 있고 기술력 또한 미국, 일본, 독일 등 선도국에 비교해 뒤처져 있다. 전 세계 수소 경제 관련 특허 출원 중 한국의 비중은 8.4%로 약 30%인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낮다. 뿐만 아니라 수소차 보급량과 비교해 충전소도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주요국들은 수소 생산기술 개발, 해외 수입 등을 통한 수소 확보와 충전소,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친환경 수소 생산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수소 개발에 집중해 2030년까지 20~40GW 규모의 물 분해 발전시스템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수소 운송 파이프라인을 현재 1600km에서 6800km까지 확대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호주, 브루나이에서 생산하는 수소를 수입하는 국제 수소 수입망을 구축해 충분한 수소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소충전소를 현재 112개에서 900개로 확대하고 가정용 연료전지발전기도 10만 대 수준에서 530만 대까지 확대해 본격적인 수소 경제 시장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은 풍력발전 기반 수소 생산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수소 인프라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건설에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충전소 설치비를 최대 90% 지원하고 있다.
수소 경제 후발주자인 중국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4대 권역을 조성하고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활용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 설치 목표를 세웠다.
전경련은 한국이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갖췄으나 수소산업 생태계가 수소 활용 분야에 치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생산-저장·운송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소 경제 구축의 목표 중 하나가 에너지 자립에 있는 만큼 자체적인 수소 생산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
전경련은 현재 초기 단계인 수소 경제 구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부 연구·개발 역시 2016~2022년까지 52%가 수소 활용 분야에 편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한국이 강점이 있는 수소 활용 분야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소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며 "정부는 수소 생산, 인프라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수소충전소 확충과 함께 공공 부문의 수소차 구매를 늘려 초기 시장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