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결혼관이 놀랍게 변하고 있다. 17일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 등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청년의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10명 중 4명, 5명 중 2명이 이런 생각이다.
다만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낳는다는 말이 혼인신고 없이 동거하면서 자녀를 낳는다는 것인지, 입양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이 낳은 자녀는 내 자녀로 받아들여 키운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해석이 뭐든 연애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가정을 꾸려가야 할 우리의 자녀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는 놀라운 일일 것이다. 청년들의 생각이 이렇다고 하더라도 부모는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를 성별로 보면 20대 남성의 43.1%, 여성은 42.4%가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남녀 간에 별 차이가 없다.
이와 달리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14년 51.2%에서 2024년에는 39.7%로 줄었다. 10년 사이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 큰 폭 증가했다.
결혼 후 자녀를 두는 문제에 대해서는 10명 중 5명이 찬성했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51.3%였다. 2018년의 51.5%에 비해 변화가 없다. 청년의 절반이 자녀를 둔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녀를 얼마나 둘 생각인지 물었다. 응답자의 60.4%가 2명이라고 했고, 1명은 30.2%로 나타났다. 0명은 5.2%뿐이었다. 이 항목만 보면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청년은 100명 중 5명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저출생을 걱정할 게 없다. 그런데 저출생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숫자가 있다. 2023년 출생통계를 보면 혼인 외의 출생아는 1만900명에 달한다. 2022년보다 1100명이 늘어났다. 혼인 외 출생아는 2020년 6900명,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참고로 전체 출생아 중 혼인 외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4.7%다.
외국은 비혼 출생이 생각보다 엄청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 비혼 출생 비율은 41.9%나 된다. 멕시코는 무려 70.49%로 단연 1등이다. 다음이 프랑스 62.2%, 스웨덴 55.2%, 영국 49.0%, 미국 40.5% 순이다.
한국은 4.7%인데 한국보다 비혼 출생 비율이 낮은 OECD 국가는 튀르키예 2.8%, 일본 2.4%뿐이다. 유럽이나 북미 등에선 비혼 출생이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되었다. 한국처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비혼 출산 관련 주목할 게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강대 경제학교 김영철 교수는 ‘인구정책으로서의 비혼 출산 연구’에서 “한국이 OECD 평균 수준의 혼외 출생률을 보인다면 합계출산율은 1.55명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한국이 비혼 출생이 OECD 국가처럼 일반적인 현상이 된다면 인구가 지금처럼 추락해, 인구 재앙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비혼 출산을 반길 사회 분위기는 아직 아니다.
우리의 자녀인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점차 OECD 국가의 비혼 출생을 따라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부모 세대, 기성세대는 남녀가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것을 당연한 일, 해야 할 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의 자녀들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도 지난해 비혼 출생이 1만 명을 넘었다.
한국의 비혼 출생은 OECD 국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 앞으로 OECD 수준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비혼 출생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인구 대책, 저출생 대책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