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생명과 같은 ‘암구호’를 담보로 돈 빌린 군인
[김병호 칼럼] 생명과 같은 ‘암구호’를 담보로 돈 빌린 군인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9.23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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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군인들이 3급 비밀인 ‘암구호’를 사채업자에게 알려주고 대신 돈을 빌렸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 군 당국이 수사하고 있는데 사실로 밝혀진다면 군기가 빠져도 보통 빠진 게 아니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충청도 지역의 모 부대에 근무하는 일부 군인들이 암구호를 민간인에게 유출한 정황이 불거져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지난 5월부터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암구호는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는 단어인데 매일 변경된다. 군인들이 밤에 보초를 설 때, 특히 적군과 대치하거나 전쟁을 할 때 아군과 적을 구별하는 아주 중요한 식별 단어인데 이를 민간인에게 유출한 것은 군인의 생명은 물론 부대 보안과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지금은 지나간 얘기지만 6.25 한국전쟁 당시 초병이 ‘화랑’ 하면 병사가 ‘담배’ 등의 암호를 사용한 것은 군대 생활을 한 남자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호를 기억하지 못하면 부대 출입이 안 됐다. 

암구호 유출사건은 국군 방첩사령부가 처음 인지했는데 일부 군인들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암구호를 알려주고 돈을 빌린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다. 아마 모두 놀랄 것이다.

군인이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암구호를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돈을 빌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사채업자가 돈놀이와 아무 관계도 없는 암구호를 받고 돈을 빌려줬다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암구호를 몇 명이, 몇 회에 걸쳐 유출했는지 사채업자가 암구호를 어디에 써먹었는지는 현재 수사 중이라 알 수 없다. 암구호가 혹시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았는지, 사채업자 등 민간인이 부대를 출입하는 데 사용됐는지도 아직은 모른다. 군과 검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상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암구호가 사채업자나 제 3자를 통해 북한으로 넘어갔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는 그렇지 않아도 간첩이 많이 암약한다는 얘기 나오는 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니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암구호는 특정 부대나 군인의 일이 아니라 전 군, 전 부대와 관련된 일이라 절대로 유출돼선 안 된다. 부대에 간첩이나 불순분자가 유출된 암구호를 대고 들어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렇게 볼 때 군인에게 암구호는 생명과 같다.

마침 방첩사령부가 일부 군인의 암구호 유출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기에 다행이지 이를 모르고 지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아찔하다. 야간에 이동할 때 보초가 제일 먼저 묻는 게 암구호 아닌가. 

이번 기회에 군인들에게 암구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암구호가 왜 중요한지, 유출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또 어떻게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지 전 군인을 대상으로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교육이 있어야 한다. 이런 황당하고, 개념도 없고, 안보를 해치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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