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1만2000명의 병력을 파견하며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유럽의 안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국정원이 지난주 파병 움직임을 예고했는데 20일에는 민간위성이 러시아 함정이 북한군을 실어 나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이 이미 러시아에 파견됐고, 곧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일명 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000여 명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무기를 공급한 데 이어 전투 병력까지 파견하는 것은 김정은 집단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본격 개입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국제전에 끼어드는 것인데 북한에 이로울지 해가 될지는 따져봐야 한다.
현재 북한군은 러시아 극동에서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선발대 2600명이 내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쿠르스크로 투입된다는 보도다. 국정원은 조만간 북한의 2차 병력 수송이 예상된다고 했는데 민간 위성업체가 병력 수송 함정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이 전장에서 군복을 지급받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군 6명이 전투에서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군이 집단 탈출했다는 보도도 있다.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군 일부가 이미 도착해 전투하고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에 대해 말이 없다. 북한은 유엔에서 한국이 무인기로 평양에 전단지를 뿌렸다며 한국을 규탄하도록 요구했다. 자신들이 남한에 무인기를 수차례 보내고, 하루가 멀게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는 것은 까맣게 잊고 있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포탄, 미사일에 이어 특수부대 병력까지 파견하는 것은 러시아로부터 엄청난 반대급부가 있을 것으로 본다.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 위성과 전투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등을 제공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는 전쟁에 필요한 포탄, 미사일, 병력을 얻고 반대로 북한은 가장 중요한 식량과 에너지, 위성, 전투기 관련 기술을 얻게 되는데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서로가 공급해 주는 거래다.
북한은 엄청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다. 외신은 북한 파병 군인의 90%가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벌써부터 사망자 얘기가 나오고 탈출 소동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앞으로 더 확대될 게 뻔하다. 김정은이 식량 등을 얻겠지만 국민을 무모하게 전쟁터로 보내 총알받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 내부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북한의 파병에 세계는 걱정이 크다. 우선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전세가 불리하게 됐다. 유럽 국가들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이름으로 뭉쳐있지만, 북한-러시아 군사동맹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해왔는데 막판에 북한 변수가 생겼다. 전쟁을 휴전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북한이 전투병을 파견해 사태가 악화됐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다. 대통령 선거가 다음 달이라 걱정이 클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가장 걱정이 크다. 북한이 만일 위성기술, 전투기 기술, ICBM 기술을 받아 이를 무기로 사용한다면 한국은 안보가 큰 시험대에 서게 된다. 또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되는데 이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답답할 따름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북-러 군사동맹에 단독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일본, NATO 등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미, 한·미·일 관계를 더 강화하면서 지역 국가들과의 연대가 중요하게 됐다.
한반도 주변에는 한·미 동맹, 미·일 동맹, 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쿼드(Quad)로 뭉친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있다. 일본에서는 아시아판 NATO의 창설 얘기도 나온다. 한국이 이들 국가와 집단 안보를 강화해야 북-러의 군사 밀착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NATO의 평화와 안전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고 북-러 움직임을 잘 살피며 실효성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