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거리 질서를 어지럽히는 전동킥보드에 칼을 빼 들었다. 우선 킥보드 없는 거리가 생긴다고 한다. 불법으로 주정차된 전동킥보드는 즉시 견인하고, 필요하면 민간 견인업체가 아닌 공무원이 직접 견인한다. 킥보드 없는 거리는 처음이다.
서울시의 조치는 전동킥보드가 인도로 다니며 사람을 치고, 거리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넘어져 있는 등 도시 미관과 시민의 안전을 해치는 데 따른 조치다. 한 대의 킥보드에 2명이 타거나 술을 마시고 타기도 한다.
서울시는 5일 “개인형 이동장치(PM) 급증과 과속, 무단 방치로 인한 보행 안전 위협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이런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시행되면 다른 도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도시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올해 안에 전동킥보드 통행으로 인해 사고의 위험이 있는 도로를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한다. 시범운영 성과가 좋으면 점차 확대한다. 현재 시행 중인 도심의 ‘차 없는 거리’ 개념과 같다.
아직 구체적 지역이나 위치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킥보드 없는 거리는 시민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 게 분명하다. 차 없는 거리에 대한 반응을 생각하면 된다.
또 중요한 것은 킥보드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유예 기간을 주지 않고 바로 견인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업체가 자율 견인하도록 3시간 동안 견인을 유예한다. 앞으로는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견인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구청 공무원이 불법 주정차 된 킥보드를 직접 견인하는 방식도 확대하는데 강남구의 경우 지난 9월 아예 견인 전담 공무원을 채용했다. 공무원이 직접 견인해 견인 대행업체의 ‘묻지마 견인’ 등 부당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전동킥보드에 대한 시민의식을 조사한 게 나왔다. 지난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거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PM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물었더니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시민이 79.2%나 됐다. 10명 중 8명이 불편을 겪었다는 얘기다.
이들은 75.5%가 충돌 위험을 경험했다고 했고, 다음으로는 보도 주행, 무단 방치, 과속운전 등을 문제로 꼽았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불편이다.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5%가 전동킥보드 견인제도 강화에 찬성했는데 주정차 위반 전동킥보드는 즉시 견인해 달라는 응답도 85.5%나 됐다. 시민들의 불편이 아주 크다는 얘기다.
전동킥보드는 행정 당국에게는 골칫거리다. 제도를 없앨 수도 없고, 유지는 해야 하지만 위험하고 불편하다. 이용자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는 신고나 민원도 많다.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
고민 끝에 서울시가 낸 아이디어가 킥보드 없는 거리 시범 조성이다. 신고된 킥보드를 공무원들까지 나서 즉각 견인하는 것도 중요한 제도 개선이다.
킥보드를 이용하는 모습은 그 도시 주민들의 수준이다. 안전 규정 지키며 사용하고, 운행 후에는 정해진 곳에 잘 세워놔야 하지만 실제는 아무 데나 방치된 것이 많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의 구석에 방치하기도 한다.
이제 과감한 킥보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우선 이용자들이 시민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주민들은 불법 운행이나 불법 주차를 적극 신고해 수거해가도록 해야 한다. 이용자나 시민 모두가 안전한 킥보드를 만들어야 한다. 킥보드 없는 거리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안전하고 평화롭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