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로 금융시장에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금융수장을 중심으로 충격을 진화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금융수장들은 사흘째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어 금융·외환시장의 상황을 살피고,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해 최근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을 감안해 매일 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날 금융·외환시장은 장 초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된 모습을 보였으나, 정부의 시장안정조치 발표 이후 시간이 갈수록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개장 이후 장중 -2%대까지 낙폭이 확대됐으나 낙폭을 축소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1.4% 하락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418.1원으로 개장했으나 점차 하락하면서 1410.1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상황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한은이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고 해외 신용평가사도 우리 국가 신용등급에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가한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 보다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이러한 국내 상황이 미국 신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과 맞물리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계 기관이 함께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가기로 했다.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정부 내 경제·금융상황 점검 TF를 신설·가동해 금융·실물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 뿐만 아니라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도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은도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개시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국고채 단순매입, 외화RP 매입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참석자들은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는 전날 미·일·중 등 주요국 재무장관과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금융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서한을 통해 “비상계엄 및 이에 따라 발령된 모든 조치들은 헌법과 관계 법률에 의거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해제됐다”며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경제적 요인으로 발생한 혼란은 건전한 경제시스템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면서 “금융·외환시장이 신속하게 안정을 되찾은 것도 이런 경제적 혼란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주재로 국내 36개 증권사 CEO와 긴급 현안 간담회를 개최해 최근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증권사의 대비상황을 점검했다.
함 부원장은 이 자리에서 “다행스럽게도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은 제한적이고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 증시와는 달리 우리 증권시장의 체력은 그 어느 때보다 약화돼 있다”며 “향후 국내외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증권사는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이자 동반자”라며 “CEO를 중심으로 유동성, 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시장상황 급변 등에 대비한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금융감독당국과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할 수 있게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데일리e뉴스= 장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