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였던 '두산건설 몰락'··· 왜?
10대 건설사였던 '두산건설 몰락'··· 왜?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2.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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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심화에 두산重 자회사 완전 편입··· 시너지 확대 기대
두산위브 집값 하락엔 영향 無··· "위브·알프하임 행보 주목"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지난 2010년 사상 처음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승승장구했던 두산건설이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두산중공업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두산건설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45년 만에 상장폐지의 길을 걷게 된다. 내년 3월 중 상장 폐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두산건설의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는 안을 결의했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다.

계속된 경영난이 결국 두산건설의 발목을 잡았다. 두산그룹은 2013년부터 경영난에 대한 자구책으로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등의 방식으로 두산건설에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실적회복은 더뎠고 대규모 자본손실로 부실상태는 계속해서 악화됐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421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7년 1097억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부채는 늘고 자본은 줄어든 탓에 부채비율은 299.1%로 전년(280.2%)보다 18.9%포인트 증가했다.

두산건설 본사 전경 (사진=두산건설)
두산건설 본사 전경 (사진=두산건설)

◆ 불가피한 선택

업계는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이 지난 5월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 적극 참여했다. 이로 인해 두산건설의 지난해 말 552.5%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256.8%까지 낮아졌다.

재무구조가 소폭 개선된 대신 지주사인 두산그룹과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두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두산중공업은 'BBB+/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두산건설은 'BB/하향검토'에서 'BB-/부정적'으로 모두 하향 조정했다.

두산건설은 'BB-'로 '부정적' 등급을 받아 외부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두산중공업은 선택의 여지없이 두산건설 인수 결단을 내렸다.

일각에선 두산건설이 재정 불안을 겪으면 두산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주회사 두산그룹의 바로 아래 두산중공업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뒀는데, 두산건설의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이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장비기업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다. 구조적으로 두산건설이 불안하면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 미분양에 미 착공 공사 수두룩··· '사면초가'

한 때 시공평가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해 '10대 건설사'로 불리던 두산건설은 왜 몰락했을까. 두산건설이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데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할인분양, 10년간 쌓인 미 착공 사업장에 대한 금융비용 증가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2013년 분양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일산제니스)'가 대거 미분양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건설은 일산제니스 미분양이 증가하자, 할인분양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회수금 적자가 나면서 시공평가순위도 지난해 17위에서 올해 23위로 내려앉았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물량을 공급한 지역의 미분양이 계속되자 분양가 할인까지 하며 물량을 털어내려 했고, 결과적으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했다"며 "부지를 매입한 땅에 착공조차 못한 지역도 허다해 계속해서 적자가 발생해 재무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두산건설은 2016년 이후 매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판매관리비 증가로 계속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계열사의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을 확충, 영업활동을 벌여왔지만 지난해 3775억원의 영업외비용이 발생하면서 독자 경영의 가능성이 한층 더 낮아졌다. 대규모 영업외비용은 당기순손실로 이어졌고 영업적자 522억원에 비해 10배 이상인 55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일산제니스 할인분양으로 인해 대손상각비 증가세가 가팔랐고 당기순손실 규모도 영업적자의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실제 3775억원의 영업외비용 중 대부분 3306억원은 일산제니스 할인분양에 따른 대손상각비 증가로 인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당기순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두산중공업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두산중공업 본사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본사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 앞날은?

두산중공업은 이번 조치로 두산건설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대외 신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안건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주식 전량을 보유하게 되면서 두산건설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 또한 가능해졌다. 두산건설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재무구조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주주 단일화로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에 있어 두 회사 사이에 일관성을 확보하며 양 사 간 유관 사업에서 시너지를 확대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의 상장폐지 이후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하나로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산타워 등이 매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두산위브는?

두산건설은 비록 두산중공업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되지만 분양 사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두산건설은 이달 '대곡역 두산위브',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를 분양했거나 분양에 돌입한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자회사 편입관) 상관없이 예정대로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 값에도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가 아닌 자회사 편입이기 때문에 집 값 하락 등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브랜드 선호도 면에선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지역적 변수뿐 아니라 학세·역세권 등 분양에는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기 때문에 집 값 하락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순원 부동산 CRM마케팅 소장도 "자회사로 완전 편입됐어도 집 값 하락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두산 중공업은 알프하임이라는 브랜드가 있고 두산건설은 위브라는 브랜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래 브랜드로 나갈 건지, 혹은 주택사업을 통합해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할 건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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