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최경민 기자] 130여 년 동안 자동차의 심장 역할을 한 내연기관 엔진의 생존 기간이 끝을 향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제조사들이 앞다퉈 순수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들은 환경보호와 새롭게 형성될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닛산은 지난 27일 2030년대 초반에 일본, 미국, 중국과 유럽 시장에 전기자동차(EV)와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전동차만 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2050년까지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이파워(e-POWER)'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출시한 주력 소형차인 '노트'는 가솔린엔진 모델을 모두 없애고 하이브리드 모델만 출시했다.
일본의 또 다른 자동차제조사인 도요타자동차는 기존 2030년에서 5년 앞당긴 2025년까지 연간 판매의 절반 수준인 550만 대를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FCV) 등으로 교체할 계획을 밝혔고 미쓰비시 자동차는 2030년까지 신차의 전동화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임을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 자동차 시장은 10년 안에 전동차 비율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글로벌 최대 자동차제조사 중 하나인 제너럴모터스는 28일(미국 시간)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탑재한 차량의 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40년에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GM은 자사 공장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제로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미국에, 203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전기를 발생할 계획이다. 앞서 발표한 계획에서 5년을 앞당겼다.
현대적인 자동차의 시초인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탄소 저감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벤츠는 이미 전기차 브랜드 EQ를 시장에 출시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전기구동차량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까지 유럽 내 모든 생산시설에 탄소중립을 적용하고 2030년까지 플러그인하이브드(PHV)를 포함한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2039년에는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탄소중립을 위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회사의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기간과 실행방안에 대해 아직 밝히지는 않았지만 무(無)탄소 자동차 생산을 위한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나는 전기자동차이고 다른 하나는 수소전지차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제조사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고 수소전지차는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이 전기 생산을 위해 화석연료를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전기자동차 자체도 무탄소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소전기차는 이 같은 비판에서도 자유로워 궁극의 친환경·무탄소 자동차로 꼽힌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는 '인류를 위한 수소'라는 뜻을 담은 'HTWO'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영역의 동력원으로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장서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는 물론 선박, 발전기, 열차의 동력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수소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의 연료전환은 이제 시간 싸움이다. 누가 더 빨리 한번 충전으로 멀리 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며 "다만 전기차가 대중화된다고 하더라도 석탄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이는 온실가스 저감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전기 생산을 위한 에너지원의 전환도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