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펀드’ 이번주 700억원·다음주 300억원 순차집행, 다음주 2차 펀드 조성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정치 혼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경제·금융수장들이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를 가동,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후폭풍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증시안정펀드 등 기타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치적 상황의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기관이 더욱 긴밀한 비상 공조·대응체계를 유지하면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면서 최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 등 시장안정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더해 참석자들은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준비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조치들이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기로 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수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밸류업 펀드 중 300억원이 이미 투입됐고 이번주 700억원, 다음주 300억원이 순차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3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가 추가 조성될 계획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긴급 바이백(조기상환),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을 즉시 시행하고, 외환·외화자금시장에는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또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수급 개선방안도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제 신용평가사, 국제금융기구, 해외투자자,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투자은행(IB) 등을 대상으로 부총리 명의 서한을 발송하고 국제금융협력 대사를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하는 등 소통을 강화해 대외신인도에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 타워로 ‘경제금융상황 점검 TF’를 통해 금융·외환은 물론 소비·투자·수출·고용·물가 등 경기·민생 전반을 24시간 빈틈없이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충분히, 단호하게 조치해 나가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시장경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과거 사례를 볼 때 정치 등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충격은 일시·제한적이었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영향이 거의 없었다”면서 “우리 경제는 과거 여러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온 저력이 있는 만큼 국민과 기업들이 평소처럼 차분하게 경제활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관계부처 합동 성명에서도 “경제부총리인 제가 중심이 돼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엇보다도 대외신인도가 중요하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확고하게 지키겠다”면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및 범부처 경제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등 관계기관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경제문제만큼은 여야 관계없이 조속히 처리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2025년 예산안의 신속한 확정을 요청했다.
금융수장들의 행보도 숨 가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KB·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정책금융·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금융 자회사들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운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금융지주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은 물론 우리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서도 적극 소통해 달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회의 전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시장과 외환리스크를 주의깊게 살피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계열사 등의 유동성 문제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계속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했고,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환 리스크 등 더 걱정되는 부분이 없나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시장 상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금융자회사에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 은행, 보험, 저축은행, 부동산 등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일 증권사 CEO 간담회를 시작으로 6일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간담회에 이어 이날 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10일에는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그간 금융당국이 중점을 둔 규제선진화 등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국내 정치상황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니 금융안정과 신뢰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주문했다.
[데일리e뉴스= 장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