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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빚이 얼마나 될까’ 모든 사람이 한 번쯤 생각하는 문제다. 현금이 넘쳐 은행에 수천만 원, 수억 원이 들어있다면 빚에서 자유롭겠지만 어린이나 학생이 아닌 성인이라면 수천에서 수억 원의 빚이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마침 한국은행이 18일 ‘2024년 4분기 가계신용’ 잠정 통계를 발표했다. 2024년 말 기준 가계 빚은 1927조 원으로 사상 최대다. 1년 전보다 42조원이 늘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안에 2000조 원을 넘을 수도 있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빚을 말하는데 한국은행은 2002년 4분기부터 관련 통계를 제공 중이다.
구체적으로 가계신용은 1년 전보다 2.2%인 41조8000억 원이 늘었는데 이는 2023년 증가 폭 17조9000억 원보다 2배를 훨씬 넘는다. 지난 2021년 7.7%인 133조4000억 원 증가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라고 한국은행이 설명했다.
가계 빚은 2002년 464조7000억 원이 2013년 1019조4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은 것이다. 이로부터 11년이 지난 2024년 1927조 원을 돌파했다.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가계대출 1927조 원을 대한민국 인구 전체로 나누면 1인당 3700만원 정도다. 젖 먹는 아이부터 죽음을 앞둔 노인까지 전체 인구 평균을 내면 1인당 3700만원의 빚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가계대출 차주 1인당 평균 빚은 9600만원을 넘었다. 1억 원이 코 앞이다. 서울시와 세종시는 이미 1억 원을 돌파했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 하면 평균 9600만원을 빌린다는 해석이다.
국가 전체 부채는 자그마치 6000조 원을 넘는다. 이는 기업부채, 가계부채, 정부 부채가 포함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는 기업부채 2734조원, 가계부채 2246조원 (한국은행의 1927조원과 차이 남), 정부부채 1053조원 등 모두 6033조원의 빚이 있다.
개인이든 가계든 기업이든 국가든 엄청난 부채를 가지고 있는데 전체 부채 6000조원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7배나 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빚이 너무 많아 통계를 내는 것 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문제는 갈수록 경기가 나빠지고, 소비는 줄고, 국제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국제경제는 불확실성의 늪에서 허우적댄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계엄 정국으로 인해 국내 정치마저 불안정하다.
빚에서 탈출하려면 돈을 더 벌든지 아니면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돈은 벌고 싶다고 막 버는 게 아니다. 씀씀이도 줄이고 싶다고 무턱대고 줄일 수는 없다. 기본적인 지출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빚을 갚아줄 수도 없다. 당장 정부도 세수가 펑크 나서 걱정이 아닌가.
이제 빚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판이다. 빚을 갚지 않겠다는 전쟁이 아니라 빚을 줄이겠다는 전쟁이다. 사람에 따라, 기업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르겠지만 어떻게든 빚을 줄이는 게 살길이다.
전 국민 평균 3700만 원, 금융권에 대출받은 사람은 평균 1억 원에 가까운 빚이 있다는 것을 알면 빚은 나만의 문제, 우리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공통 문제다.
얼마 전 한 지인이 ‘빚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한 일이 있는데 빚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박멸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이다. 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한다. 기업도 활기를 되찾고 시장엔 사람이 북적대야 하는데 이런 날이 언제나 올지 걱정이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