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대통령이 싫다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서야
[김병호 칼럼] 대통령이 싫다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서야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5.02.17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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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1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불과 100m를 사이에 두고 탄핵 반대쪽에선 태극기를 앞세워 탄핵 기각과 즉각적인 업무 복귀를 외치고, 찬성 쪽에선 탄핵과 퇴진, 구속을 외쳤다. 

광주에서 태극기가 물결치고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린 것을 보는 여야의 시각은 달랐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것인데 민주당은 탄핵 반대 집회가 악마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했고 국민의힘은 집회 참가자들을 극우로 매도하지 말라고 맞불을 놨다.

정치인들이 싸우는 것은 맨날 자고 나면 하는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싸우는 게 신물이 나기 때문에 싸우든 말든 신경을 끄고 싶을 때가 솔직히 많다. 필자뿐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특별히 문제 삼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딥페이크 음란 영상물이다. 탄핵 찬성 집회장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딥페이크 영상물이 방영됐다. 윤 대통령은 팬티 바람으로, 김 여사는 비키니 바람으로 야한 모습이 나왔다.

이와 관련 용산 대통령실은 16일이 일요일임에도 “전날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현장에서 대통령 부부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재생된 것은 국가원수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에서 “현직 대통령 부부를 향한 조롱을 넘어선 심각한 인격모독과 인권 침해,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 행위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영상 제작 및 유포 관련자들에게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처를 해나갈 것임을 밝힌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 부부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이 집회에서 상영된 것은 “사회적 가치와 윤리를 훼손하고 시민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초래한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라며 17일 서울 경찰에 영상 제작자·상영자, 방조 또는 유포자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대통령과 부인을 싫어할 수는 있다. 정책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군중이 모인 집회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을 방영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인격모독이고 망신 주기다. 처벌이 무거운 성폭력에 해당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있었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을 발가벗고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의 몸에 따다 붙여 논란을 일으켰다. 나체 합성 사진이다. 민주당은 표 의원을 징계했다.

며칠 후 이번에는 표창원 의원 부부의 사진을 성인물과 합성한 현수막이 거리에 내걸렸다. 부부의 얼굴을 성인물이나 심지어 동물과 합성한 사진도 등장했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표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대로 그대로 갚아준 것처럼 보였다. 

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망신 준다는 생각만 했지, 표 의원 자신과 아내의 음란성 합성 사진이 거리에 내걸릴 줄은 미처 몰랐던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 사진으로 한 방 먹이려 했는데 오히려 가족까지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당시 이런 행위를 두고도 생각이 갈렸는데 표 의원의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있었고, 가족까지 끌어들인 것은 지나치다는 말도 나왔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국회의원이 여성 대통령의 얼굴을 발가벗고 침대에 요염하게 누워있는 여자에게 합성한 데 대해 비판이 많았다.

지금이나 당시나 정치인과 가족의 딥페이크 사진이나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은 당사자에게 모욕이고 치욕이다. 또 인권 침해다. 물론 영상물을 본 사람은 가짜 영상, 딥페이크 영상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남녀 간의 성은 은밀한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정치인이 싸워도 서로 간에 성적인 문제는 되도록 거론하지 않는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서로의 비밀과 사생활을 지켜주는 게 불문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 부부의 딥페이크 영상이 등장했다. 정치판에 이런 더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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