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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항공사(LCC) 안전 운항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 거의 한 달 간격으로 큰 사고가 생기는데 탑승객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요금이 대형 항공사에 비해 저렴하기는 하지만 안전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25일 하마터면 대형 참사가 날뻔했다.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일본으로 향하던 진에어 항공기가 이륙 당시 엔진에서 폭발음이 나 1시간 20여분 만에 회항하는 일이 생겼다. 진에어 LJ371편 여객기가 이륙할 때 엔진 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고 한다.
해당 항공기는 회항을 결정한 후 거제도 상공을 돌며 연료를 소모한 후 김해공항에 9시 56분께 착륙했다. 공항을 이륙한 지 1시간 17분만에 착륙했는데 거제도 상공을 돌 때 승객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항공기에는 183명이 탑승했다.
지난 1월 28일 밤 10시경에는 김해 공항에서 홍콩으로 향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탑승 중이던 승객 169명과 승무원 7명은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신속하게 탈출했는데 다행히 3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 말고는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늘이 도왔다.
항공기는 화재로 인해 동체 윗부분이 거의 다 탔다. 기내 후방 선반에서 불이 시작돼 순식간에 항공기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찼다고 한다. 선반에 보관 중이던 보조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알렸다.
비행기 이륙 직전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만에 하나 이륙을 했거나 하늘을 날다가 화재가 났다면 얼마나 인명 피해가 클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가장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다. 지난해 12월 29일 태국에서 출발한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 끝의 안전벽과 충돌하면서 197명이 숨졌다. 공항에서 새 떼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긴급상황이 발생했고, 착륙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등 저비용 항공사에서 거의 한 달 간격으로 연달아 사고가 터진 것은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안전을 강조하고, 각 항공사도 안전 운항을 다짐했지만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승객의 입장에서 항공기에 탑승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비용이나 시간, 항공기의 크기, 편리함이 아니다. 물론 이런 것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지만 어떤 것도 안전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항공기 안전은 곧 생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저비용 항공사의 안전이 문제가 되는데도 한국에는 저비용 항공사가 10여 개나 된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등이다. 좁은 땅에 한국처럼 저비용 항공사가 많은 나라는 세계에 없다. 시도별로 공항도 하나씩 갖고 싶고, 항공사도 하나씩 설립하고 싶은 게 한국이다.
이렇게 저비용 항공이 난립하니 문제가 자주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꼭 저비용 항공이라 사고가 자주 난다는 게 아니라 작은 항공사가 난립하면 항공기 정비와 빡빡한 일정 등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가 10개나 되는 것은 탑승객 안전을 고려하면 자랑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다.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안전해야 좋은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가 많은 것을 자랑할 게 아니라 안전을 자랑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들도 통폐합해 몇 개 정도로 줄이고, 대신 항공사 규모를 더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저비용 항공을 이용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승객이 늘수록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믿고 타고, 안전하게 탈 수 있게 해야 한다. 승객이 불안해선 안 된다. 이제 어떻게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저비용 항공사들이 답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