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사익편취 규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늘어났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분석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 가운데 매년도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와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사각지대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공정위 분석결과 현행 사익편취 규제는 내부거래를 일부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사각지대 발생 등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기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정으로 규제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2014년 도입됐다.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로, 이들을 상대로 정상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지분율을 기준 바로 밑으로 낮추는 '꼼수'를 부려 규제를 피하는 등 규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 분석 결과 규제 대상 회사는 2014년 규제 도입 당시 일시적으로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가 줄었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회사에 대한 내부거래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총수일가에게 이익이 제공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3년 15.7%(160개사)였던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 11.4%(159개사)로 뚝 떨어졌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증가, 2017년 14.1%(203개사)까지 늘었다.
2013년 12조4천억원이었던 내부거래 규모도 이듬해 7조9천억원까지 줄었다가 2017년 14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5년 연속 규제 대상에 포함된 56개사만 비교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013년 4조원, 13.4%이었던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규제 도입 직후 3조4천억원, 11.6%로 반짝 떨어진 뒤 3년 연속 상승해 2017년 6조9천억원, 14.6%를 기록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보다 낮은 '규제 사각지대' 회사들은 규제 대상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의 '턱밑'인 29%대인 상장사의 경우 2014년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규제 대상보다 6% 포인트 가량 높은 20∼21% 내외였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는 비중은 작았지만 회사당 평균 내부거래 규모가 2천억∼3천억원 수준을 유지해 규제대상 회사(500억∼900억원)보다 더 많았다.
규제가 도입된 뒤 지분율이 낮아져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회사 중 계열사로 남아있던 8개사는 26∼29%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노션•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현대자동차), SK디앤디•에이앤티에스(SK), 싸이버스카이(한진), 영풍문고(영풍) 등이 그 대상이다.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중 모회사 지분율이 80% 이상인 자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16.9%에서 2017년 18.0%로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규제 대상이 아닌 자회사의 경우에도 모회사의 총수일가 주주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상장사에 비해 상장사의 지분율 기준을 완화한 근거가 됐던 상장사의 내부거래 감시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 가결되지 않는 이사회 안건 비율이 1% 미만인 점,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안건도 100% 원안대로 통과된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상장사의 내부거래 감시장치가 실제도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