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시행 한 달··· 시장안정화 '콧방귀'·불안 '가속화'
분양가상한제 시행 한 달··· 시장안정화 '콧방귀'·불안 '가속화'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2.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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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 집값 수직상승··· 인근 지역 풍선효과도 나타나
연말 물량 공급 역대 최대··· 국지적 과열 현상 심화 우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은 오히려 가파른 집값 상승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최형호 기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은 오히려 가파른 집값 상승을 보이고 있다.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최형호 기자)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지금 집을 내놓은 사람도 매매를 취소하고 있어요. 심지어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집값이 더욱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매수인에게 계약금에 상당한 웃돈을 더 얹어 다시 회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 송파 가락동 H공인중개업소).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 진정은커녕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분양가상한제로 지정된 지역은 집값 폭등 현상이 일어났고, 인근 지역은 풍선효과로 인해 분양 때마다 많은 수요자들이 몰렸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6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8개 구 27개 동을 민간택지 상한제 지역으로 선정했다.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란 정부의 전망관 달리, 분양가 상한제 이후 집값 내림 현상은 없었고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오름세가 더욱 가팔랐다. 감소지역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진풍경마저 연출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자료(9일 기준)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23주 연속 상승했다. 민간 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 통계로는 24주째 상승세다. 특히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발표 직후 서울과 수도권, 심지어 지방 몇몇 지역은 투기의 장이 돼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발표 직후 서울 집값 상승 폭은 주춤했으나, 최근 3주 연속 확대돼 상승률은 0.13%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건설사들도 기다렸다는 듯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맞춰 지난달과 이달 서울과 수도권에서 중점적으로 물량을 이례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 연말 공급 물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114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11월 전국에서는 총 5만2129가구가 공급됐고 이 중 3만6980가구가 일반 분양됐다. 수도권의 일반분양 물량은 2만2281가구(61.7%)로 지방 물량(1만4170가구·38.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12월에도 건설사들의 물량 공급은 계속됐다. 전국에서 총 4만4113가구가 공급되며 이 중 3만46가구가 일반 분양 된다. 수도권의 일반분양 물량은 2만148가구(67.1%), 지방은 9898가구(32.9%)로 수도권 물량 위주로 공급된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은 연말과 연초에 이사철인 봄을 대비하기 위해, 또한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분양을 거의 하지 않는다. 관례처럼 굳어진 이 불문율을 분양가 상한제가 깼다. 올 연말 분양 시장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분양가 상한제 등)고강도 규제가 지속되자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다수의 단지들이 서둘러 분양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서울 집값이 앞으로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최형호 기자)
부동산 시장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서울 집값이 앞으로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최형호 기자)

부동산 업계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서울 집값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의 주 타깃인 강남 3구는 상한제 이후 집값이 수직 상승했다. 

강남구 상승률은 0.27%로 발표 직전(0.12%)의 2배 이상을 기록했고, 서초구(0.13%→0.2%)와 송파구(0.15%→0.17%)도 상승 폭이 확대됐다. 또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지역 또한 분양가 상한제 이후 집값이 큰 오름폭을 보였다. 여기에 인근 광진구, 양천구 등 잠재적 수요가치가 큰 지역도 마용성 지역의 집값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경기도 지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과천은 0.51%에서 0.88%까지 올랐고, 안양은 발표 직전 상승률(0.07%)의 5배 이상인 0.37%를 기록했다. 성남 분당(0.25%→0.33%), 하남(0.46%→0.59%), 광명(0.27%→0.34%) 등도 상승세가 확대됐다. 경기도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로또 단지'를 선점하려는 수요자들이 가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파트투유가 집계한 서울‧수도권 지난달 청약 단지를 살펴보면 '마곡 센트레빌' 102.59대 1,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65.04대 1, '송도국제도시 디엠시티 시그니처뷰' 50.71대 1 등의 1순위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가 상한제 여파는 서울 수도권에 한정하지 않았다. 일명 대대전광(대구, 대전, 전주, 광주)이라 불리는 지역에서도 '로또 청약' 광풍이 일었다. 지역 수요자는 물론 원정 투자자들까지 몰렸다. 심지어 물량의 포화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이 한 풀 꺾였던 부산에서도 집값 오름 과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구 '대봉 더샵 센트럴파크' 151.74대 1, 대전 '목동 더샵 리슈빌' 148.22대 1, 전주 '포레나 전주 에코시티' 61.64대 1 등에서 높은 청약 결과를 냈다. 

상황이 이럼에 불구하고 정부는 더욱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집값이 폭등한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이다.

분양 업계는 계속해서 정부가 시장에 규제를 가하면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분양관계자는 "각종 규제 이후 이미 시장에선 정부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공식처럼 내성이 생겼고 대처법도 알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6~8월에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연말 물량이 늘어난 것도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맞춰 물량을 공급한 것이 원인"이라고 귀띔했다.

권순원 CRM 부동산 연구소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규제지역은 집값 폭등 현상이 증가하고, 풍선효과로 인해 비규제지역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집값 오름 현상은 지금보다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서울·수도권 및 몇몇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상황이 이러면 국지적 과열현상으로 이어져 시장 양극화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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