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 반대로 2500만명 청약자 정보 수집 못해 '진통 예상'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지난 2002년 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 청약의 서막을 알렸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결제원의 청약 관리시스템 '아파트 투유'가 18년 만에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9일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청약업무가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공식 이관됐다. 이름도 아파트 투유에서 '청약홈'으로 바뀐다. 바야흐로 청약시장에서 아파트투유의 시대가 저물고 '청약홈'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청약홈은 다음 달 3일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다.
청약홈은 청약 가점을 위주로 아파트 분양 합‧불합격 결정을 주 업무로 했던 아파트 투유완 달리 잘못된 접수 정보 사전에 걸러내 오당첨을 막아 부동산 투기를 애초에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또한 감정원으로 청약시스템이 이관되면서 청약 업무와 매물 정보, 실거래 신고, 등기를 연계하면서 집값을 부추기는 모든 투기 수요를 감시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최근 종료된 국토부 연구 용역에서는 분양-매물-계약·거래-등기 시스템을 연계해 '부동산 생애주기 관리 포털'을 개설하는 안이 제안되기도 했다.
부적격 당첨 방지 기능 강화는 청약자 입장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된다. 꼼수 자체가 허용이 안 돼 부정 청약이 사전에 차단되기 때문에 아파트 당첨 유무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확률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파트 투유에선 무주택기간이나 재당첨제한기간 등 항목을 체크할 때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 분양업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부적격자로 판명돼 당첨 취소가 속출하곤 했다. 실제 2017년부터 2019년 11월까지 청약 당첨자 53만여 명 가운데 5만5000여 명이 부적격 당첨으로 드러나 계약 무효가 된 바 있다.
반면 청약홈에서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청약을 신청할 때 세대원 정보나 무주택기간 등 입력에 필요 정보가 자동으로 뜨게 돼 부적격 당첨자가 확 줄어든다.
청약 신청 최종버튼을 누르기 전에 무주택기간이나, 재당첨제한기간 등 일목요연하게 보여줘 사전에 부적격자가 나오지 않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약홈 시스템이 갖추기 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청약 관련 시스템 노하우는 물론 약 2500만명의 아파트 투유 가입자 정보 또한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전혀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 이 때문에 완전한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애초 청약시스템이 감정원으로 이관되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국토교통부와 감정원은 금융결제원의 아파트 투유 시스템을 통째로 넘겨받을 계획이었지만 금융결제원의 반대로 첫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도 '금융실명제 법 위반'을 들며 국토부의 정보 이전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고, 금융정보를 금융기관이 아닌 타 기관에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금융실명제 법안에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포함돼있어 만약 금융위가 감정원에 청약자 정보를 넘겨주게 되면 법 위반이 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주택법 개정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애초 감정원은 지난해 7월 금융결제원으로부 정보를 넘겨받고 8~9월 시범기간을 걸쳐 10월께 청약홈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융위 및 금융결제원의 반대에 부딪혔고, 주택법 개정안을 새로히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내달 청약홈 사이트를 개설하게 됐다. 새로운 주택법 개정안에는 기존 청약 통장이 있는 이들은 청약 할 때 청약홈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면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업계는 청약홈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의 반대로 61억원을 들여 아파트 투유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감정원은 그간 아파트 투유가 어떻게 운영했는지 등의 노하우나 정작 청약자들의 정보 또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테스트 기간을 거쳤다고 하지만 시행착오는 불가피해 정상적인 청약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고 말했다.
실제 청약 시스템 이관으로 인해 이달뿐만 아니라 내달 분양 일정 또한 모두 연기된 상태다. 정상정인 청약시스템 가동이 어렵게되면 청약자들의 혼란만 가중된다는 판단에 건설사들이 모두 3월 이후로 분양을 미룬 탓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월 분양 물량이 사업계획에 없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깄지만 청약시스템 이관 문제도 한몫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청약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청약시스템 이관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건설사들이 3월 이후 물량 공급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며 "감정원 측도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하기에 안정적인 청약시스템을 갖췄을 때 분양에 나서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청약이관 시스템 데이터베이스는 국토부가 감정원으로 이관을 추진한 지난해부터 구축해 놓기 시작했다"며 "정상적인 청약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테스트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