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강화'로 갭투자 막겠다더니··· '내 집 마련' 막은 정부?
'전세대출 강화'로 갭투자 막겠다더니··· '내 집 마련' 막은 정부?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20.01.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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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원 초과 아파트 소유자 전세자금 길 막혀
내 집 마련 꿈 물거품··· 신용불량자 될 위기도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전세대출을 20일부터 받을 수 없게 되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전경. (최형호 기자)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전세대출을 20일부터 받을 수 없게 되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전경. (최형호 기자)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전세대출을 20일부터 받을 수 없게 됐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16일 정부가 전세금 대출을 강화한 탓이다.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나 민간기관인 SGI 서울보증의 대출 보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에게도 대출 보증을 원천 봉쇄했다.

반면 정부 기대완 달리 부동산 시장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전세금 반환 보증사고는 예년에 비해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기고, 대출길이 막히자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돼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월세나 반전세 주택이 늘어나면 집주인들의 경쟁적인 월세 올리기 심리가 가중돼 기형적 가격 상승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세입자 입장에선 내 집 마련의 길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절반이 넘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정부가 대출길을 막으면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은 언강생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봄 이사철을 앞둔 상황에서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면 거래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자금을 막으면 전세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워낙 전세값이 높게 형성된 서울 지역에서 전세값이 하락한 것을 국민들이 체감할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오히려 전세 시장 거래가 뚝 끊겨 전체적으로 시장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대출을 막으면 집값은 물론 전세값도 하락할 것이라는 국토부 판단관 달리 시장은 매매가는 떨어지지만 전셋값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원 주간아파트 동향 자료(1월 13일 기준)를 보면 서울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4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지난해 12월 23일 0.23%였던 서울 주간 전세가격 변동률은 13일 0.11%까지 하락했다.

반면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전세가격은 0.25% 하락했지만, 올해는 2주 만에 0.27%가 올랐다. 보면 용산구(0.07%→0.13%), 노원구(0.06%→0.07%), 마포구(0.10%→0.19%),영등포구(0.09%→0.14%), 동작구(0.22%→0.24%) 등에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전세수요가 증가한 데다 학군 수요마저 겹쳐 특정 지역에 전세값이 오르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직장 이직 혹은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를 하면 전세금 대출을 완화해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서울 또는 광역시 안에서의 이동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전세 시장 국지적 과열 현상은 학군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학군 수요가 높은 쪽은 계속해서 전세가가 오를 수밖에 없고 반면 학군이 낮은 지역은 전세가율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전세시장도 국지적 과열 양상을 띌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전세대출이 막히자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세금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반전세나 월세 수요가 늘어난 만큼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위기다.

서울의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되면 집주인들의 집값 상승 경쟁 심리로 인해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KB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 지수는 13일 기준 100.5로, 2008년 4월 이후 11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전세금 반환보증사고는 1년 새 4배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전세보증 실적은 전년대비 2배 늘어난 15만6095건에 달했고, 보증금액은 10조원 넘게 늘어난 30조64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올해 전세금 반환 보증사고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전세 대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전세 대출을 받고 시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을 입하고 2주 안에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값 상승세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에도 올해 시장은 더욱 어두울 전망"이라며 "내 집 마련의 기회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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