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트래픽, 비디오 게임보다 '온라인 게임 다운로드' 영향 커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확산되면서 게임 이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검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공표한 시점인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온라인 게임 및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률이 전주 대비 각각 75%, 12% 증가했다.
웹 트래픽은 같은 기간 20% 증가했고, 소셜 미디어 트래픽은 지난주와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 버라이즌은 미국 콘텐츠 소비층들이 다른 형태의 홈 엔터테인먼트보다 게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카일 말라디 버라이즌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미국 전역에서 많은 엔터테인먼트 옵션이 취소됨에 따라 스트리밍 트래픽과 온라인 게임 이용률이 증가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향후 게임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임이 사회화 기능을 수행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강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도 예상된다.
존 민텔 분석가는 "다른 어떤 형태의 디지털 매체보다 게임은 대규모 온라인 사회화를 지원하는 기본 인프라가 강점"이라며 "게이머 중 25%가 다른 사람들과 사귀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국에서 라이브 이벤트가 진행됨에 따라 유저들이 가능한 한 라이브 경험이 상대적으로 쉬운 게임을 선택했다"며 "이 같은 결과로 트위치, 유튜브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의 지난주 시청률 상승 등 게임 시청 플랫폼 성장에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추세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게임업계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28일 WHO는 18개 게임사와 게임을 통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플레이어파트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발표했다.
특히 참여하는 18개 사는 블라자드 액티비전, 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온라인 게임사를 필두로 카밤, 스냅 게임즈, 잼시티 등 유럽·북미 등지에서 흥행에 성공한 모바일 게임사로 구성돼 유저 접근성도 높다.
해당 게임사들은 보상 및 이벤트를 대폭 강화하고 소셜미디어 중심의 온라인 마케팅을 확대해 유저 참여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게임 엔진 업체 유니티와 트위치, 유튜브, 아마존 등 스트리밍·네트워크 플랫폼 등 지원도 이어진다.
한편 게임, 영상 등 이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트래픽 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7일 유럽 연합에서는 인터넷 트래픽 병목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의 품질을 낮출 것을 요청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데이터 트래픽 비중이 높은 만큼, 유럽에선 전체 네트워크 품질 유지를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 규제의 뜻을 보인 것이다.
넷플릭스는 유럽·인도·이스라엘 사용자를 대상으로 고화질(HD) 품질 대신 표준화질(SD) 스트림만 제공하기로 했다.
유튜브는 24일 전 세계 사용자에게 SD 정책을 한 달간 확대·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유튜브를 이용할 경우 표준 해상도(720x480)로 자동설정된다. 품질 향상을 원할 경우, 유저가 수동으로 별도 조정해야 한다.
영상 스트리밍에 이어 네트워크·플랫폼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클라우드·네트워크 서비스 업체인 아카마이(Akamai)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대역폭 유지 및 트래픽 병목 현상을 막기 위해 주 사용 시간대에 맞춰 게임 다운로드 전송 속도를 늦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탑 레이튼 아카마이 최고경영자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지역에서는 피크 타임에 게임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속도를 줄이고 늦은 밤에는 정상적인 고속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IT 기업들은 향후 온라인 게임의 수요를 주시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하드웨어 기반으로 구동에 있어 사실상 많은 네트워크 양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카마이는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활용되는 게임 업데이트는 약 3만개의 웹 페이지와 동일한 인터넷 트래픽을 생성한다고 봤다. 이는 온라인 게임의 데이터 소모량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밸브는 자사의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Steam)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스팀은 전 세계에서 최대 온라인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입 계정만 10억 개에 달하며, 월평균 사용자는 9000만 명에 육박한다.
특히 지난달 15일 밸브가 공개한 '스팀 게임 통계'에 따르면 스팀의 동시 접속자 수는 역대 최고치인 2000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늘었다.
이에 밸브는 스팀에 게임 타이틀별로 기존 설정된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수동으로 전면 전환했다. 유저가 플레이한 게임에 대해서만 업데이트 기능을 활성화도록 수정한 것이다.
콘솔 플랫폼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XBOX)와 소니(플레이스테이션)도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섰다. 양 사는 자사 콘솔 기종에 게임 업데이트 및 다운로드 속도를 인터넷 네트워크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하도록 변경했다.
글로벌 움직임에 맞춰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통부를 위시로 데이터 트래픽 점검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 3사를 포함해 포털·메신저·클라우드 사업자와 인터넷·통신 트래픽 증가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통신 사업자들은 이달 인터넷 트래픽이 1월 대비 최대 약 13% 증가했고, 이용량 최고치는 통신사업자들이 보유한 용량의 45~60% 수준이라고 밝혔다.
포털, 메신저,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데이터 이용량이 다소 증가하기는 했으나 이용 시간이 전반적으로 확장됐을 뿐, 트래픽이 증가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전체적인 망 용량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국지적,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증가하여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 주고, 장애 발생 시 정부와 신속히 상황을 공유하여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