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며칠 사이 롯데마트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거세다. 장애인 안내견 교육 중인 강아지를 매장에 못 들어오게 한 조치 때문이다. 퍼피워커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버젓이 '저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이것을 못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안내견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매장에 안내견이나 안내견 공부 중인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례가 없어서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해는 된다. 그러나 매니저로 보이는 이가 고객에게 언성을 높였다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안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롯데마트 근무자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오랫동안 뿌리 박혀 있었고 여전히 남아 있다. 추운 겨울 시려운 손을 따듯하게 감싸주는 장갑 중에 ‘벙어리장갑’이란 게 있다. 여기서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지금은 엄지장갑, 손모아장갑으로 순화해서 부르지만 여전히 이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언론과 방송에서조차 사람을 나눌 때 정상인과 장애인으로 나누었으니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에는 분명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서울 용산초등학교 구내로 맹학교를 이전하려고 하자 학부모들이 이를 극렬히 반대했다. 등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2018년 서울 강서구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학부모와 주민 간의 호소와 고성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한방병원이 들어설 부지라며 특수학교 신설을 반대했고 학부모들은 무릎까지 꿇어가며 설립을 간절히 빌었다. 결국 한방병원 설립을 전제로 해서 특수학교 설립을 찬성했지만 뭔가 개운치 않았다.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인근에 병원이 들어서야 한다며 학생들의 교육의무를 막아선 것이다. 그야말로 지역의 이익을 앞세워 소수를 희생시키는 공리주의의 폐단을 그대로 보여줬다.
기자가 30년가량 살았던 동네에도 맹학교가 있었다. 처음 시각장애인을 봤을 때 약간 낯설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이상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웃고, 얘기하며 지나가는 모습은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다. 언덕에 있었기 때문에 눈 오는 날 미끄러워 어찌할 바를 몰라 했을 때 몇 번 도와준 것이 전부일 뿐 그들이 끼친 불편함은 없었다. 일부 주민은 맹학교가 그곳에 위치해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주민 대부분은 이런 상황이 익숙했다.
장애인들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야 하고 먹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나 시장엘 가야 한다. 그런데 사회 시스템 대부분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장애인들에게 지팡이와 안내견이 눈과 귀가 된다는 것을 제대로 모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몰라서 그랬다는 핑계를 대고 뒤로 숨어서는 안 된다. 장애에 대해 무지했다면 배워야 한다. 선천적 장애도 있지만 후천적 장애도 생긴다. 비장애인인 우리도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애와 비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롯데마트 직원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