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이후 8~9월 가을장마 이어지며 '장마' 대신 '우기' 논의도
9월이 시작된지 한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열대야와 폭염이 오는 16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때늦은 2차 장마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피해를 입었으며 2차 장마 이후에도 지속적인 폭염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전국 대부분 지역은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올랐으며 경기·충청·세종·전라·광주·제주 등 대부분 지역에서는 최고 체감기온이 33도를 웃돌며 폭염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88년만의 9월 열대야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의 최저 기온은 25도였고 인천과 청주는 25.6도, 군산은 25도를 기록하며 9월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밤이 됐다.
이런 현상이 중국 북동지방 고기압에서 불어온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뜨거워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온건조한 공기는 열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수면 온도 상승도 늦더위에 영향을 미쳤다.
북태평양과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이에 따른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며 기온 상승에 영향을 준 것.
이같은 가을철 이상 기온 현상은 기상 관측 이래 지속되어 왔다.
기상학적으로 가을은 '일 평균 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이지는 날이 연속되는 날'을 뜻한다.
과거 1940년대는 9월 17일, 1980년대는 9월 23일로 미뤄져왔다. 가장 최근인 2020년대에는 9월 29일까지 늦어지며 가을의 시작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11년만에 9월 중순 경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특히 9월 16일에는 광주, 전북 전주·정읍·익산시 및 완주군, 전남 담양군, 충남 서천·논산시와 부여·청양군, 경기 안성·평택시 등에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임교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사무관은 "필리핀해 부근 저기압성 순환이 우리나라 주변으로 고기압성 순환을 유도하고 북유럽의 고기압성 순환으로 인한 대기 파동에 의해 우리나라 부근으로 고기압성 순환이 기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또다른 변화는 늘어나는 강수량과 2차 우기, 가을 장마의 발생이다.
올 여름 우리나라 전국 평균 강수량은 1018.5㎜로 평년보다 291.2㎜ 많은 비가 내렸고 연평균 강수량 1300mm 가운데 78%가 여름에 집중됐다. 또한 올 여름 강수일은 40.6일로 평년보다 2.1일 많았으며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60.2㎜로 역대 3번째로 많았다.
기후변화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장마는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약 한달간 이어지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전의 장마와는 다른 흐름의 2차 집중 호우가 잦아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2022년 장마 분석보고서'를 통해 당해 장마 기간은 평년과 비슷한 33일이었으나 장마철에 비해 장마 종료 후 강수량이 더 많았다.
이보다 앞선 2020년에는 중부지방에 54일간 장마가 이어져 최장기간의 장마로 기록됐으며 2022년에도 7월 중순 중부지방의 장마가 끝났으나 장마철 이후인 8월 폭우가 내리는 등 기후변화에 따라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대기중에 더 많은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여름철 집중호우도 자주 나타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장마 백서는 평균 강수량이 7㎜를 넘어서는 첫 시기인 6~7월을 기후학적 의미의 ▲장마철(1차 우기),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나타나는 두 번째 시기를 ▲2차 우기로 규정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기상학회 포럼에서 "장마 종료 후 소나기 및 국지성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최근 여름철 강수가 전통적 장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장마 용어의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