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지만 직장인들의 고민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라는 시민단체가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경기 및 고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45.3%가 올해 잘리거나 월급이 깎일 것으로 걱정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6%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15.1%는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 등 고용 형태가 악화될 것으로 대답했다. 9.6%는 임금이 삭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임금삭감은 직장인들에게는 ‘무덤’인데 직장인의 반 정도가 이런 예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고용시장이 무척 어렵다는 얘기다. 좋은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나쁜 소식이 연초부터 나와 칼럼을 쓰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설문조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는 사무직(24%), 건설업(24.1%), 숙박 및 음식점업(25.8%), 300인 이상(26.9%) 등이 비슷했는데 이 말은 전반적으로 고용이 어렵다는 의미다.
고용 형태 악화에 대한 우려는 건설업(25.9%)에서 가장 높은 데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란 징조로 봐도 된다. 이어 비정규직(20.8%) 일반 사원급(19.9%), 생산직(19%), 여성(17.7%) 등인데 여성에게도 올해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65.5%는 국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직장인들은 오히려 경기 후퇴를 걱정한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로 3년 정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경기가 단시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더 취약한 고용 형태, 더 작은 사업장,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일수록 경기침체를 몸으로 느낀다”며 “비정규직과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고용보장정책과 동시에 촘촘한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임금삭감을 막는 길은 기업이 잘 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정부가 돈으로 틀어막을 수도 없다. 기업이 신바람 나게 돌아가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걱정일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이 해야 하는데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뚜렷하게 좋아지거나 개선된다는 전망은 나오지 않는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어느 정도 개선될지를 수치로 나타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미국 물가가 안정되면서 올해는 최고 5.5%인 미국 금리가 내릴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미국 물가 안정, 금리 인하는 전 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에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도 지난해보다는 숨통을 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원자재가격 안정, 원활한 공급망 구축 등은 기업에게 엄청난 호재인데 이런 호재가 많아야 기업이 팍팍 돌아가고, 일자리도 생긴다. 정부의 경제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게 기업활동의 활성화다.
정부나 정치권은 고용, 일자리를 걱정만 하지 말고 기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돕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이 어려우면 기업만 어려운 게 아니라 고용 사정도 나빠지고, 국가 경제도 어려워진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