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 보급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다는 생각과 달리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감사원(ECA)의 분석 결과, 유럽연합(EU) 지역 도로에서 승용차가 배출 중인 이산화탄소가 12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ECA는 성명을 통해 "이미 2010년 신규 등록 차량을 기준으로 설정된 감축목표에도 불구하고 목표치를 초과했으며 특히 실제 차량이 도로를 주행할 때는 엄청난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원인은 2010년대 진행했던 배기가스 배출 실험의 허점 이용으로 꼽혔다.
당시 EU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량 출시 전 진행하는 배기가스 배출 실험에서 실제 주행 시보다 적은 양이 측정되게 설정한 것이다.
해당 사건이 바로 '디젤게이트'다.
앞선 2015년, 유럽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와 모회사인 폭스바겐은 EU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속이기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엔진을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로 인한 파장은 단순히 자동차 업계에서 그치지 않았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세계 명차(名車)로 알려진 브랜드가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해당 테스트를 통과한 이후 '클린 디젤'이라는 명칭을 쓰며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결과적으로 당시 디젤게이트에 연루된 차량은 리콜을 진행했고 각국의 정부로부터 벌금과 함께 기소까지 당했다.
이중 러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전 CEO는 지난해 독일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년 9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U 측은 2017년 9월부터 실제 주행 조건을 더 잘 반영한, 개선된 실험실 테스트 의무화에 나섰으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ECA에 따르면 신차 등록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디젤게이트 이후 개선된 기준을 내세웠음에도 여전히 실배출량과의 격차가 큰 탓이었다.
피에르토 루소 ECA 위원은 "EU의 녹색 혁명은 오염 차량이 훨씬 적을 때만 달성이 가능하지만 그 도전 자체는 엄청난 것"이라며 "내연기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이고 가시적으로 줄이는 건 현 상황에서 불가능한 만큼 전기차 전환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ECA는 보다 효과적인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SUV 차량이 인기를 끌며 차체의 무게는 상승했지만 엔진 역시 기술적으로 강화되며 효율성은 발전한 것이 그 예다.
이어 ECA는 전기차 보급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재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건 맞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은 현재 정체기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수의 국가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원자재에 대한 접근성, 경제성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체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ECA는 "최근에 관측된 배출량 감소는 전기차의 주도 하에 나타난 것"이라며 "앞서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오래된 공해 차량을 더 오래 보유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EU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90%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10년 후인 2050년, 넷제로에 도달한다는 방침이다.
[데일리e뉴스= 정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