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1조3808억원 재산분할 판결 후 SK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엔 미 블룸버그 통신이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헤지펀드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최근 최 회장 관련 칼럼에서 “SK그룹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최 회장의 SK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스런 지적을 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 비해 약 2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1심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180도 뒤집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비자금의 실체를 인정한 것인데 SK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렌 칼럼니스트는 최 회장 자신을 포함한 친족이 그룹 지주회사(SK㈜) 지분의 25% 정도만 보유하고 있는데 최 회장이 재산을 분할하려면 지분을 일부 양도 또는 양도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 말은 이혼 비용 마련하려다 그룹 지배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현금성 자산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대부분 자산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지분(지분율 17.73%)이다. 결과는 봐야 하겠지만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한다면 1조3808억원 마련을 위해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하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다. 법에 어긋나는 게 있으면 판사가 판결하는 대로 하면 된다. 제 3자가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SK 지분이 약화되고, 지배구조가 흔들리거나 경영권이 약화되는 것은 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에 관한 문제가 된다. 인수합병의 위협을 받고, 헤지펀드의 공격 목표가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위협이 현실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법원이 주식 1조3808억 원어치를 분할하라고 판결했을 때 SK㈜ 주식은 사자 주문이 몰리고 가격이 급등했다. 한쪽에선 회사 앞날을 걱정하는데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돈 벌 생각을 했다. 세상은 참으로 냉정하다.
SK그룹은 사업 영역이 특별하다. 통신, 반도체, 정유 등 국가의 핵심 사업을 영위한다. 따라서 반도체, 통신, 정유는 민간 부문이지만 성격은 공공성이 크다. 이런 중요한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고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는 것은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있어서는 안 될 문제다.
최 회장은 지분 관리를 잘해서 그룹의 지배구조나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도 있다. 재계도 SK그룹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SK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최종 판단을 하겠지만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일로 그룹 경영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반도체, 통신, 정유는 국가 경제의 핵심 영역인데 경영권에 위협받는 일도 생기지 않길 기대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