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음주운전이 얼마나 많을까. 24일 삼성화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무려 13만150건이나 된다. 초범이 저지른 음주운전이 57.7%인 7만5143건, 재범이 42.3%인 5만5007건이다.
이 통계는 음주 사고를 내거나 3자의 신고, 경찰의 단속에 걸리는 등 적발된 것이고 적발 또는 단속되지 않은 음주운전은 이보다 몇 배 많다고 봐야 한다. 음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된다.
음주 적발건수는 2019년 13만772건이 코로나19로 2020년 11만549건, 21년 11만5882건으로 줄었다가 2022년 13만282건, 2023년 13만150건으로 다시 늘었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음주운전도 늘었다는 얘기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주목한 것은 음주운전 재범률이다. 2019년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된 후, 2019∼2023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재범률(2회 이상 적발)은 43.6%였는데 윤창호법 시행 전(2018년 44.7%)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이 또 적발된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음주운전으로 걸린 사람 100명 중 45명이 재범, 3범, 4범이라는 뜻인데 재범만 막아도 음주운전에 반으로 줄어든다.
삼성연구소는 이런 현상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사람을 죽여도 피해자와의 합의하거나 범죄 전력이 없을 때, 반성할 때, 심신이 미약하거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처벌이 관대한 편이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규제 강화로 음주운전 시 운전자의 주변 인물까지 처벌한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이를 방조한 차량 제공자, 동승자는 말할 것도 없고 주류제공자(판매한 사람, 술을 먹인 사람 등)도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엔(한화 4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한다.
삼성연구소 유상용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차량 제공자, 주류 제공자 등 음주운전 방조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고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 의무화 제도도 잘 정착 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유 연구원이 제안한 음주 운전자에게 차량 제공자, 주류 제공자 등을 처벌하는 것은 강력한 대책인데 우리 경찰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도 의무화하고, 서둘러야 한다. 지금처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관대해선 음주운전을 막을 수 없다.
음주운전 단속에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 좋은 예가 있다. 바로 유명 가수 김호중이다.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한 것은 분명한데 정확히 알코올 농도가 얼마인지 확인이 되지 않아 검찰의 기소에서 음주 혐의는 빠졌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했는데 이게 무슨 경유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김호중은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해서도 또 술을 마셨다. 도주 후 17시간 만에 경찰서로 왔다. 경찰은 충돌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없게 되자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활용해 면허정지 수준인 0.031%로 추정하고 김호중을 검찰에 넘겼다.
알코올 농도 0.031%가 충돌사고를 내기 전에 마신 것인지, 아니면 사고 후 도주해서 2차로 마신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음주측정기에는 알코올 농도만 표시될 뿐 이 알코올 성분이 언제, 어디서 마신 술 때문인지는 표시되지 않는다.
김호중은 이를 이용해 음주 사고 후 일단 도주해서 또 술을 마시고 알코올 농도가 떨어질 무렵 경찰에 출두해 음주 측정을 했다. 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한 ‘술 타기’인데 경찰은 답답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음주운전이 들통날 것 같으면 또 술을 마셔서 경찰의 측정에 혼선을 주는 편법 행위인 술 타기의 처벌 규정을 신설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김호중처럼 음주 사고를 내고 일단 도주했다가 술을 또 마셔서 경찰의 음주 측정에 혼란을 주는 행위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1년에 음주 단속으로 13만명이 걸려드는 것을 이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