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北, 무인기 호들갑보다 오물 풍선부터 중단해야
[김병호 칼럼] 北, 무인기 호들갑보다 오물 풍선부터 중단해야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10.1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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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나타났다며 무인기와 대북전단 사진을 공개하고 또 무인기가 나타나면 참변이 날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에 우리 군은 처음에는 무인기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가 다시 입장을 바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주장대로 우리 군이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투시켰는지 아닌지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을 보임으로써 북한의 대응에 혼선을 주기 위한 전략이다. 

북한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 3일, 9일, 10일 심야에 한국이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는데 무인기가 나타난 지역은 북한 노동당 당사 상공이다. 북한은 사진을 찍어 무인기 모습과 대북 전단 뭉치를 공개했다.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이어 김여정 부부장이 한 번 더 적개심을 드러냈다. 

국방부는 13일 김여정의 담화에 “(북한이)국민 안전에 위협을 가하면 그날로 북한 정권은 종말”이라며 “경거망동하지 말고 오물 풍선부터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우리 군이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내로남불’이다. 북한은 지난해 무인기를 서울에 침투시켰다. 28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도 날려 보냈다. 민가에 떨어져 불이 나고, 공항에 떨어져 비행기 이착륙도 지연시켰다. 심지어 한국이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다음 날도 오물 풍선을 보냈다.

이런데도 북한은 한국이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투시켰다며 우리를 향해 협박하고 난리를 친다. 마치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소란을 떤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모호한 말로 대응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시나리오는 4가지다. 첫 번째는 북한 주장대로 한국군이 무인기를 보내거나 두 번째 탈북 단체 등 민단 단체가 보내는 경우다. 세 번째는 북한의 자작극, 4번째는 북한 내부 불만 세력의 짓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분명 이들 4개의 시나리오 중 하나가 답일 것이다.

한국이 무인기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군 당국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보낸 무인기가 북한 상공을 날아 평양 노동당 당사까지 간 게 사실이라면 북한 방공망은 뻥 뚫린 것이다.

민간단체의 행동으로 보기도 쉽지는 않다. 대북 단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장비로는 평양까지 무인기나 대북 전단을 보낼 수 없다고 말한다. 민간단체가 이 정도의 무인기를 보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음, 북한의 자작극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부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가진 주민들의 마음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남한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발표할 수 있다. 하지만 남한이 보낸 무인기라면 북한은 즉각 공격했을 것이다. 또 무인기를 격추해 사진도 공개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반발 세력의 짓인데 이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정은의 지독한 독재와 인권 유린, 극에 달한 경제난에 반발하는 세력이 무인기를 날리고, 김정은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위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의 추측일 뿐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북한도 구체적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평양 상공의 무인기는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남남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의혹을 없애려면 북한이 무인기의 사진 등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구체적 증거를 대지 못하고 남측을 향해 비난 수위만 높인다.

평양 상공의 무인기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은 분명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2일 KBS에 출연해 “북한이 지난 1일 우리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 이후 전례 없이 굉장히 과민반응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벙커 버스터(특수폭탄) 의해 헤즈볼라 수장이 죽임을 당했는데 (우리 군이 공개한) 초 위력 미사일 ‘현무5’는 그것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으로, 김정은이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무인기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우리가 이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무인기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막연한 답변이 최고의 대응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만에 하나 연평도 등에 도발을 감행한다면 즉각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 항간에는 북한이 평양 상공의 무인기를 빌미로 무력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북한 동향을 잘 살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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